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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정주영, 정몽구 그리고 정의선

입력 2025-12-12 00:00 수정 2025-12-12 08:50

 

 시작은 정주영 선대 회장의 ‘돌관(突貫)’ 정신이다. 막아서는 모든 것을 뚫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정신을 표현한 말이다. 그렇게 현대는 터널을 뚫었고 도로를 냈다. 덕분에 현대건설을 기반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됐다. 정주영 창업회장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해봤어?’라는 표현은 ‘어려움을 극복하려 해봤어?’로 해석되는 게 일반적이다.  

 

 도로를 닦자 다음은 ‘탈 것(The Riding Things)’에 집중했다. ‘탈 것’은 정주영 창업회장의 2세, 정몽구 명예회장이 주도했다. 현대모비스 전신 현대정공에서 품질의 중요성을 익힌 덕분에 모든 문제와 해답이 품질에 있음을 천명했다. 덕분에 현대건설이 만들어 놓은 도로는 현대차로 뒤덮였다. 그리고 1998년 기아를 인수하며 세계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부도로 무너진 기업을 인수해 성공시킨 사례는 기아가 처음이자 여전히 마지막이다. 

 

 이후 해외 시장을 겨냥한 양적 성장도 추구했다. 이때 중요한 덕목으로 삼은 것이 ‘현장경영’이다. 제조업은 제조물을 만드는 공장이 기초 현장이고, 제조물이 판매되는 곳이 곧 현장이다. 365일 현장경영이 이뤄지며 ‘현대’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정주영 창업 회장이 일궈 놓은 현대건설 중심의 현대그룹을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재편했다. 현대그룹이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을 때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적극 인수에 나선 것도 ‘현대’의 정통성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현대차그룹의 운명은 정의선 회장에게 달려 있다. 정주영 창업회장의 도전경영이 그룹 기초를 닦았고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및 현장경영이 규모를 키웠다면 3세인 정의선 회장은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추구하는 키워드는 ‘인간 중심’이다. 세상 중심에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구 전체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에 불과할 뿐 주인공이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 오히려 인간의 존재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낮춘다는 경고 신호가 나오기도 한다. 기후가 변하고 모든 자원이 또 다른 자원으로 변환되는 불가역적 과정을 반복하는 주체도 곧 인간이다. 

 

 따라서 일부에선 인간을 뛰어넘는 ‘인류’ 개념을 접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는 인류 중심의 경영이야말로 현대차그룹이 일으킬 수 있는 제3의 물결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중심이고 인간은 그 중의 일부라는 점만 보여줄 뿐이다. ‘탈 것’의 모든 것을 정몽구 명예회장이 구축했다면 정의선 회장은 ‘이동하는 모든 것’에 기반한 ‘인류경영’, 그리고 ‘이동경영’의 새로운 철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인류 경영이 지구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면 ‘이동경영’은 이동하는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음을 철학적으로 제시하는 개념이다. 지구 또한 자전과 공전 이동을 하고 모든 동식물 또한 이동을 한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경영 철학은 자연 이동에 맞춘 인류 경영 또는 이동 경영으로 모아져야 한다. 고객 중심의 현대 웨이(Hyundai Way)는 기업 전략의 추구 방법일 뿐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그간 이동은 생존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현재를 포함해 미래의 이동은 점차 목적성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생존 이동 너머에 있는 새로운 이동 방식이 고민되는 중이다. 인간 운전자 역할이 배제되려 하고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도 바꾸려 한다. 이동 방식도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류는 언제나 역사를 진화시켜 왔다. 그리고 이제 한국이 글로벌 이동 산업의 중심에 서려 하고 정의선 회장에게 선장 역할이 주어졌다. 그래서 그가 남길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펼칠지 지켜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곧 한국의 자동차산업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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