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위키

뉴스

자동차 관련 뉴스를 모아봤습니다

[시승] 가장 가벼운 정장, 벤츠 S450 SWB

입력 2025-12-24 00:00 수정 2025-12-24 09:45


 -과시를 덜고 균형을 택한 플래그십
 -길이를 줄여 되살린 운전의 감각
 -한국 시장에 가장 현실적인 S클래스

 

 비즈니스맨의 옷장을 떠올려 보자. 이들의 하루 대부분을 함께하는 정장은 가장 가볍고, 가장 잘 맞으며, 편안하다. 하지만 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과하지 않아 '일상의 전투'를 치르기에 적합하다. 연미복이 있을지언정 그 옷은 파티를 위한 복장이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입을 옷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S450 4매틱(4MATIC) 스탠다드 휠베이스(SWB)는 그런 차다. 매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을 위한 S클래스. 다시 말해 '가장 가벼운 정장' 같은 선택지다. 

 

 ▲디자인&상품성
 도로 위에서 허리가 긴 S클래스나 마이바흐를 워낙 자주 봐서일까. S450 SWB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름에서 자연스레 연상되는 길게 늘어진 실루엣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숏바디라서 실제로도 짧다. S450 SWB의 전장은 5,180㎜ 휠베이스는 3,105㎜다. 같은 S클래스 롱바디인 S580 L과 비교하면 전장은 110㎜, 휠베이스는 100㎜ 짧다. 숫자로만 보면 분명한 차이다.

 

 마이바흐와의 격차는 더 크다. 마이바흐 S680은 전장이 5,445㎜, 휠베이스가 3,365㎜에 달한다. S450 SWB와 비교하면 각각 265㎜, 260㎜ 이상 차이가 난다. 전혀 다른 목적의 차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중요한 건 S450 SWB가 결코 작은 차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체의 허리가 짧아진 대신 보닛은 상대적으로 더 길게 드러나고 그 결과 실루엣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늘어진 위압감 대신 정제된 비례와 스포티한 긴장감이 살아난다.

 

 여기에 AMG 라인과 나이트 에디션이 더해지면 인상은 분명해진다. 블랙 컬러의 20인치 AMG 휠은 차의 성격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S클래스가 지닌 보수적 이미지를 적절히 흔들어 놓는다. 품격과 스포티함이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지점이다. 

 

 실내로 들어오면 S클래스라는 이름에 대한 의심은 사라진다. 나파 가죽 시트, 부메스터 3D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해 체감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들은 빠짐없이 갖췄다. 소재의 질감, 마감의 밀도, 버튼 하나하나의 조작감까지 모두 익숙한 S클래스의 기준선 위에 있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몰입감있는 구성을 갖췄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3D 클러스터는 주행 정보를 한눈에 읽히도록 구성돼 있고 MBUX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전방으로 끌어온다. 360도 카메라를 포함한 주차 패키지까지 더해져 큰 차를 부담 없이 다루는 경험도 가능하다.

 

 조금 다른 S클래스라는건 2열에 와서야 느껴진다. 마이바흐나 롱바디에서 볼 수 있던 과감한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이나 센터 콘솔 태블릿 같은 호화로운 장비는 없다. 그렇다고 2열이 소홀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공간 자체는 여유롭고 2열 탑승객을 위한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충분하다. 

 

 또 하나 짚고 싶은 부분은 적재 공간. SWB라는 이름 때문에 트렁크가 작을 것이라 짐작하기 쉽지만 트렁크 용량 자체는 롱바디 S클래스와 다르지 않다. 휠베이스와 2열 공간에서 성격을 달리할 뿐 일상적인 짐 적재 능력까지 희생한 구성은 아니다.

 

 ▲성능
 S450 SWB는 3.0ℓ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1.0㎏∙m를 낸다. 동력은 9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로 전달된다. 여기에 2세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져 가속 초반이나 재출발 구간에서 최대 17㎾ 출력을 보조한다. 

 

 파워트레인의 인상은 ‘빠르다’기보다 ‘여유롭다’에 가깝다. 저회전부터 넉넉하게 쌓이는 토크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는 엔진을 의식할 일이 거의 없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싣지 않아도 차는 묵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변속 과정 역시 최대한 드러나지 않는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재출발이나 완만한 가속에서 동력 흐름을 한결 매끄럽게 다듬는 역할에 충실하다.

 

 도심에서의 주행감은 차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롱바디 대비 짧아진 차체는 골목길, 교차로, 주차장 진입 구간에서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여기에 최대 4.5°까지 조향되는 후륜 조향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회전 반경은 예상보다 훨씬 작게 느껴진다. 체감상 중형차를 다루는 것 같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의 세팅 역시 흥미롭다. 노면의 잔진동과 요철은 S클래스답게 부드럽게 걸러내지만 차체 거동은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지 않는다. 롱바디에서 느껴지는 유유자적한 움직임 대신 차체의 상하 움직임이 더 빠르게 정리된다. 승차감의 기본값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체 길이가 짧아진 만큼 응답성은 더 또렷해진 인상이다.

 

 특성은 핸들링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스티어링을 꺾었을 때 차가 따라오는 속도가 빠르고 코너에서의 자세 변화도 예측 가능하다. 대형 세단 특유의 무게감은 남아 있지만 그 무게를 운전자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롱바디보다 한층 더 스포티하게 느껴진다. AMG나 여느 스포츠 세단과는 결이 다르지만 운전의 리듬을 갖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고속 주행에서도 성격은 일관된다. 차체는 안정적으로 노면에 붙어 있고, 정숙성은 여전히 S클래스의 기준을 충족한다. 다만 지나치게 운전자와 세상을 단절시키지 않고 적당한 피드백을 남겨두는 쪽이다. 역시 오너 드라이버를 전제로 한 세팅으로 읽힌다.

 

 정리하자면 S450 SWB는 과시적이라기보단 균형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락함과 정숙함이라는 S클래스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차체를 다루는 부담을 줄이고 운전의 즐거움을 한층 또렷하게 만들었다. 직접 운전대를 잡는 오너라면 차의 성능이 왜 설득력을 갖는지 어렵지 않게 체감하게 된다.

 

 ▲총평
 S450 4매틱 SWB는 S클래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정의하는 선택지다. 과시적인 요소를 덜어냈을 뿐 쾌적함과 완성도까지 잃어버린 차는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판단이 분명하다. 길이와 화려함으로 존재감을 증명하기보다 매일 직접 운전하는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균형을 택했다.

 

 이 차는 '태워지는 S클래스'가 아니라 '모는 S클래스'다. 롱바디나 마이바흐가 제공하는 과도할 정도의 의전 요소 대신 운전자에게 집중된 주행 감각과 다루기 쉬운 차체, 여전히 높은 정숙성과 승차감을 남겼다. 덕분에 출퇴근길부터 장거리 이동까지, S클래스를 일상의 차로 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

 

 특히 직접 운전하는 이들이 많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S450 SWB의 존재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쇼퍼 드리븐을 전제로 한 플래그십이 아니라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플래그십. 가장 화려한 예복은 아니지만, 가장 자주 입게 되는 정장처럼 신뢰할 수 있는 차다. S450 SWB는 그런 점에서 한국 시장에 가장 현실적인 S클래스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메르세데스-벤츠 S450 4매틱 SWB의 가격은 1억5,960만원, 시승차인 나이트에디션은 1억6,06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팝업 타이틀

팝업 내용

팝업 타이틀

팝업 내용
팝업 내용
팝업 내용

팝업 이미지

로그인

여기에 자세한 내용을 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