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투명성, 재고 중앙화, 온·오프라인 통합
-구매 경험의 변화가 자리잡기까지는 시간 필요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새로운 자동차 판매 방식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 이하 RoF)’를 도입하며 국내 수입차 유통 구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최근 직판제 전환 흐름 속에서 소비자와 딜러사 모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RoF는 단순한 판매 방식 변경이 아니라 가격 정책과 재고 운영, 고객 경험 전반을 재설계한 모델이다. 핵심은 ‘가격 통합’과 ‘재고 중앙화’, 그리고 ‘온·오프라인 통합 경험’이다. 벤츠는 RoF 도입 배경에 대해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자 요구 대응과 리테일 혁신을 강조한다. 기존처럼 각 딜러사별 가격 협상 구조가 아니라 전국 단일 가격 체계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험을 표준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국 단위 재고를 통합 운영해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보다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구매 과정의 단순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차 탐색부터 구성, 상담, 시승, 계약까지 일관된 경험을 제공받는다. 특히, 가격 부분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조건이 적용되는 정책이 핵심이다. 이는 가격 비교 과정에서 발생하던 시간과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재고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지역별 딜러 재고에 따라 선택 폭이 제한됐지만 RoF 체계에서는 전국 재고를 기반으로 차를 선택할 수 있어 물량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
반면, 시장의 관심은 딜러사 구조 변화에 쏠려 있다. RoF 도입 이후 벤츠코리아는 가격과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공식 파트너사는 차량 판매 시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전환된다. 이는 사실상 직판제에 가까운 모델로 해석된다.
벤츠 측은 이 구조가 오히려 파트너사에게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재고 부담과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보다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고 가격 협상 대신 소비자 응대와 서비스 품질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판매 방식의 중심을 가격 경쟁에서 경험 경쟁으로 옮기겠다는 의도다. 가격 정책 역시 중요한 변화 요소다. 기존처럼 협상 과정에서 혜택이 달라지는 구조를 없애고 가격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 반응은 아직 엇갈린다. 가격 협상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소비자 우려와 딜러 역할 축소에 대한 업계 긴장감이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딜’ 문화가 일정 부분 자리 잡아온 만큼 이러한 변화가 실제 구매 경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하나다. 벤츠가 RoF를 통해 국내 판매 구조의 기준을 다시 쓰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격과 유통을 통합하는 이번 시도가 단순한 실험에 그칠지 아니면 수입차 시장 전반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