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가속력, 날 것의 성격 드러나
-아름다운 디자인, 개선된 편의품목 특징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는 감각과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 극히 드문 성격의 스포츠카다. 지붕을 걷어낸 순간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개방감이 아니라 더 직접적이고 더 진한 운전의 경험이다. 동시에 그 안에는 애스턴마틴 특유의 우아함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상반된 요소들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젊고 강렬한 로드스터의 성격 위에 브랜드가 쌓아온 품격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로 정리된다. 날카로운 퍼포먼스와 세련된 감각, 감정적인 자극과 이성적인 완성도가 절묘하게 교차한다. 쉽게 말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드문 균형이다.
▲디자인&상품성
겉모습은 압도적이다. 넓고 낮은 차체, 컴팩트한 휠베이스는 물론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이 이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여기에 이전 밴티지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폭으로 바뀐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비로소 애스턴마틴 패밀리 룩에 합류했으며 통일감 있는 모습으로 만족도를 키운다.
DB12와 유사한 헤드램프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안쪽을 채우는 그래픽은 매우 정교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근육질의 보닛을 비롯해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과 큼직한 에어덕트도 인상적이다. 애스턴마틴을 상징하는 거대한 그릴은 모든 공기를 전부 빨아들일 것만 같고 양 옆에는 별도의 에어브리더를 통해 휠하우스에 들이치는 바람도 완만하게 조절한다.
프론트 스플리터와 사이드 스커트에는 매우 두껍고 날카로운 카본으로 꾸며져 있다. 뿐만 아니라 조각품을 보는 것처럼 환상적인 사이드 미러 디자인도 훌륭하다. 21인치 블랙휠은 Y-스포크 타입으로 살이 얇게 표현되어 있으며 카본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와 전륜 6P, 후륜 4P 켈리퍼 조합도 전혀 불만이 없다. 펜더에 붙은 애스턴마틴 장식을 비롯해 깔끔하게 감춰 놓은 도어 손잡이, 바짝 누운 A필러는 예사롭지 않은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뒤는 위쪽으로 살짝 솟아 오른 테일램프와 깔끔한 트렁크 라인이 인상적이다. 애스턴마틴 레터링과 로고는 블랙으로 마무리했고 쿼드 배기 시스템은 범퍼 일체형으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매우 날카로운 디퓨저와 함께 전부 다 카본으로 꾸며져 있어 볼수록 흥분을 더한다. Z자 폴딩으로 열리는 소프트 톱은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롱테일 느낌의 트렁크 라인과 매끈하게 어우러진다. 그만큼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난 게 밴티지 로드스터다.
대각선으로 경사지면서 올라가는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취월장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어딘가 모르게 복잡하고 저렴해 보였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대칭 형태 센터페시아와 최대한 깔끔하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각 부품들의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10.25인치 풀-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차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적당한 사이즈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폰트가 선명하고 그래픽이 화려하다.
반응도 빨라서 운전 중 조작을 하는 데에 부담이 없다. 센터페시아는 물리 버튼을 많이 활용했다.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는 곧바로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훨씬 유용하다. 이를 애스턴마틴도 잘 알고 있으며 적재적소에 배치한 모습이다. 다만, 누르고 돌리고 끌어당기는 등 버튼의 촉감은 다양하게 마련해 지루할 틈이 없다. 마감 품질도 매우 고급스럽다.
이 외에 애스턴마틴을 상징하는 센터터널 시트 조절 레버도 인상적이다. 감성 품질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질 좋은 가죽을 아낌없이 둘렀고 나머지 부분은 전부 스웨이드로 처리했다. 심지어 장식적인 요소는 블루 카본으로 표현했는데 무광 재질이라 은은하면서도 럭셔리한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한다. 계기판 주변 장식을 비롯해 1100와트가 넘는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역시 조형미가 뛰어나다. 물론 컬러와 소재는 입맛에 맞게 무궁무진한 조합으로 꾸밀 수 있으니 더욱더 행복할 듯하다.





라이벌과 놓고 봐도 공간 활용 능력에 있어서는 밴티지 로드스터가 한 수위이다. 절정은 트렁크로 향한다. 톱을 열고 닫는것과 상관없이 일정한 사이즈의 공간을 제공하며 입구가 넓고 안쪽으로 깊어서 캐리어를 넣고 장거리 여행을 가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성능
신형 밴티지 로드스터는 AMG에서 가져온 V8 4.0ℓ 트윈 터보 엔진이 기본이다. 다만, 세팅값을 비롯해 세부적인 주행 퍼포먼스는 전부 애스턴마틴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ZF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665마력, 최대도크 81.6㎏∙m를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부터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단 3.5초이며 최고속도는 325㎞에 달한다.
매우 강력한 숫자는 실제 주행에서도 온전히 드러난다. 흐름에 맞춰서 달리다가도 조금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RPM을 1500 이상 튀기며 힘차게 내달린다. 고조되는 사운드에 빠져 스로틀을 활짝 열면 다시 한번 2500 RPM 이상 솟구치면서 말도 안 되는 가속력을 보여준다. 한 번에 훅 하고 뻗어 나가며 무지막지하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끝없이 질주한다.



이 차는 한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섭게 뻗어나가는데 이미 속도의 감각을 잊은 지 오래다. 그저 엄청난 몰입감을 바탕으로 급격히 시야가 좁아지며 도파민이 퍼지는 기이한 현상만 경험할 뿐이다. 특히, 모든 힘을 뒷바퀴에만 전달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펀치력에 타이어가 휘청거리는 모습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노면 상태가 좋은 날 이성의 끈을 꽉 붙잡고 운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쿠페 대비 고작 60㎏ 늘어난 몸무게로 경량화에도 크게 힘썼다. 그 특징은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너무나도 경쾌하고 재빠르게 튀어나가며 아주 가벼운 런닝화를 신고 100m 달리기를 질주하는 스프린터의 자세와 비슷하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대로 힘을 응축했다 뽑아 쓸 수 있으며 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 백m 앞을 전진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체감 속도는 제원표 속 숫자보다 훨씬 더 강력하며 하염없이 감탄사를 내지르는 자신만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는 사운드도 큰 역할을 한다. 이 V8 엔진이 만들어내는 음색은 단순히 크고 자극적인 소음과는 결이 다르다. 저회전에서는 두툼하게 깔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스로틀을 깊게 열수록 금속성의 맑고 날 선 톤으로 점점 고조된다. 3,000rpm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마치 압축된 에너지가 터져 나오듯 터프하게 울부짖고 변속 시마다 짧고 굵게 내뱉는 배기음은 운전자의 감각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사실 밴티지 로드스터의 진가는 굽이치는 코너에서 드러난다. 곧바로 와인딩 로드가 펼쳐진 지방 산길로 향했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플러스로 두고 패들시프트를 적극 활용했다.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코너를 활보했고 유연하게 통과하며 짜릿한 감각을 극적으로 전달한다. 절도 있게 돌아간다기 보다는 능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굴곡을 최대한 활용하며 그 속에서 재미를 찾게 도와준다. 살짝 욕심을 부리면 뒤가 자연스럽게 빠지면서 적당한 스릴도 안겨준다.





여기에 믿음감을 높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S5 타이어 역시 합이 뛰어나다. 끈끈하게 도로를 잡고 최대한 한계점을 높이며 운전자에게 자극을 전달한다. 타이어 세팅이 워낙 좋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노면이 바짝 말라 있는 상황에서는 더 강한 어택을 해도 충분하다. 이와 함께 49:51의 전후 무게 배분 역시 코너 진입과 탈출 모두 동일한 밸런스를 느끼게 도와주는 숨은 보석 같은 존재다.
정신없이 거칠게 몰아붙이던 주행을 마치고 숨을 고를 겸 톱을 열었다. 시속 50㎞ 아래에서는 언제나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시간은 6.8초면 충분하다. 톱을 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시야가 트이는 수준이 아니라 공기의 온도, 바람의 흐름, 주변의 소리까지 모든 요소가 운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바람은 생각보다 정제되어 있고 난류가 심하지 않아 고속에서도 부담이 적다. 대신 속도가 올라갈수록 공기가 몸을 스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점점 더 또렷해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감각의 밀도다. 닫힌 상태에서는 하나의 완성된 GT였다면, 오픈 상태에서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머신으로 변한다. 엔진 사운드는 더 직접적으로 귀에 꽂히고, 배기음의 여운은 공기 중에 퍼지며 더욱 길게 남는다. 노면의 질감과 차의 움직임 역시 한층 더 선명하게 전달된다. 천천히 달리는 순간에는 향긋한 봄내음과 따뜻한 햇살, 살랑이는 봄바람을 여과장치 없이 온전히 몸으로 받을 수 있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라면 지금 이 순간이 영화 속 한 장면이 된다. 오너로서 자부심이 곱절로 커지고 인생에 잊지못할 순간을 만들 수 있다.



▲총평
밴티지 로드스터를 바라보면 한 가지 확신이 든다. 이 차는 단순히 빠른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탄생한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능과 감성, 이성과 자극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의 설득력 있는 결과로 묶어낸 꽤나 드문 접근 방식의 산물이다.
시장에서 비슷한 출력과 가격대를 가진 라이벌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처럼 강렬한 퍼포먼스 위에 우아함과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얹어낸 차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균형, 그리고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다층적인 캐릭터는 밴티지 로드스터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여기에 애스턴마틴이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과 희소성까지 더해지면 선택의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좋은 차를 넘어 소유하는 순간부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다. 밴티지 로드스터는 성능을 소비하는 차가 아니라 감각을 경험하는 차다. 그리고 그 경험은 꽤 오랫동안 잔상처럼 남는다. 물론 선택 자체만으로도 강한 자부심을 만들어내는 존재는 분명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