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전기만으로 주행, 환경부 인증거리 훌쩍 넘어
-연료는 고작 6.5ℓ 소비, 실연비 20.31㎞/ℓ 기록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기름값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연기관차는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전기차로 넘어가기에는 충전 인프라나 주행거리 등에 대한 불안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근에는 하이브리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가장 완벽하게 결합한 파워트레인은 따로 있다.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하 PHEV)다.

누군가는 PHEV를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차라고 생각한다. 나름 큼직한 배터리와 함께 엔진도 있으니 무게만 늘어나고 효율도 애매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BMW 530e를 타고 동탄에서 대구 칠곡까지 직접 달리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테스트는 최대한 현실적인 조건에서 진행했다. 출발 전 배터리는 100% 충전했고 연료탱크 역시 가득 채웠다. 이후 전기만 사용하는 모드로 주행하다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면 자연스럽게 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도착 후 다시 연료를 가득 채워 실제 사용량을 계산하는 이른바 '풀-투-풀(Full to Full)'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했다. 참고로 완충 및 풀 주유를 했을 때 계기판에는 96㎞를 전기로 갈 수 있고 869㎞를 기름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나왔다.
테스트 주행거리는 약 250㎞로 설정했고 속도는 대부분 제한속도 기준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10㎞/h 수준으로 유지했다. 에어컨은 2단으로 고정했고 주행보조 시스템은 구간단속 구간에서만 사용했다. 나머지는 모두 직접 운전했다.
전기로만 움직였을 때의 느낌은 무척 매력적이다. 차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고 고요하면서도 강하게 뻗어 나간다. 도로 흐름에 맞춰서 달릴 때는 뒤 차축에 붙은 에어서스펜션과 함께 어우러져 매우 안락한 승차감도 구현한다.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고 전기 에너지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주행가능거리가 생각만큼 줄지 않았다.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는 1회 충전 시 70㎞를 살짝 넘어가는데 이미 해당 거리를 달리고도 전기 게이지는 한참 남아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충복 보은을 통과해서야 배터리가 0%가 됐다. 출발 시 누적거리를 대입해 보니 무려 124㎞를 순수 전기의 힘으로만 달렸다. 한마디로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감각으로 고속도로를 달린 것이다. 환경부 인증 기준보다 50㎞ 이상 웃도는 결과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실제 주행 환경에서 인증거리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보였다.
배터리가 모두 소진된 이후에는 내연기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구 칠곡을 향해 남은 거리를 내달렸고 최종 장소에 도착한 뒤 주유소에서 다시 연료를 가득 채웠다. 계기판에는 여전히 832㎞를 달릴 수 있다고 표시돼 있었으며 눈금에는 전혀 미동도 없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넣은 휘발유는 단 6.5ℓ였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실연비는 20.31㎞/ℓ를 기록했다. 배터리가 모두 방전된 이후에도 530e는 꾸준히 높은 효율을 유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배터리가 끝나면 연료 효율이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주행 중 감속과 제동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고 저속 구간에서는 가능한 한 엔진 개입을 줄이는 BMW 특유의 하이브리드 제어 전략이 적극적으로 작동한 덕분이다. 그 결과 사이즈가 상당한 20인치 휠을 넣었음에도 엄청난 효율을 보여줬다.


<아래 : 최종 도착했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832㎞, 추가 주유는 6.5ℓ였다>
전비 역시 우수했다. 이번 여정에서 트립컴퓨터 상 기록한 전비는 최대 6.4㎞/㎾h 까지 올라갔으며 최종적으로 6.4㎞/㎾h에서 멈췄다. 충전 비용은 약 6,500원 정도였다. 여기에 주유 비용 약 1만3,000원을 더해도 총 에너지 비용은 2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동탄에서 대구까지 256㎞를 이동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2만원도 안 된다는 뜻이다.
물론 효율만 좋은 차라면 BMW라는 이름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530e는 필요할 때 언제든 성격을 바꾼다. 볼일을 보고 복귀하는 길에는 스포츠 모드를 적극 활용했다. 순간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동시에 힘을 쏟아내며 BMW 특유의 시원한 가속감을 전달했다. 세계적인 음악 거장 한스 짐머가 만든 사운드와 카랑카랑한 엔진음은 모든 영역에서 흥분을 부추기고 차와 교감하며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핸들링은 여전하고 유럽차 특유의 고속안정성은 빠르게 도로를 질주해도 시종일관 믿음을 심어준다. 이 같은 균형 잡힌 세팅이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주행감각을 보여주며 드라이빙의 진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시종일관 밋밋하고 인위적인 전기차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기분 좋게 누릴 수 있는 건 바로 심리적 여유에서 나온다. 전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떠나면 자연스럽게 남은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게 된다. 충전소 위치를 검색하고 충전 계획을 세우는 과정도 필요하다. 반면, 530e는 다르다. 평소에는 전기차처럼 경제적으로 이용하다가 장거리에서는 내연기관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 된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충전하면 되고 급할 때는 주유소에 들르면 끝이다. 심지어 연료 효율도 좋다 보니 기름값 걱정도 덜 하게 된다.
어찌 됐든 530e는 충전에 대한 불안도 없고 주행거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전기차의 조용함과 경제성, 내연기관의 편의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BMW 특유의 주행 재미까지 있을 뿐이다. 이번 동탄-대구 실주행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명확했다. PHEV는 단순히 전기차로 가기 전 과도기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다재다능한 친환경 파워트레인에 가깝다. 그리고 BMW 530e는 그 사실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줬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