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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아낌없이 다 보여준 플래그십,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입력 2026-08-05 00:00 수정 2026-08-05 08:40

 -디자인보다 더 커진 실내 혁신 놀라워
 -디지털 경험과 하이브리드 완성도 모두 높아

 

 오랜 시간 대한민국 대표 세단의 자리를 지켜온 그랜저는 이제 명실상부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으로 자리매김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상품성을 높이며 꾸준한 판매 기록을 써 내려간 것은 숫자가 증명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신형 그랜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디자인은 물론 실내 디지털 경험과 안전·편의 품목, 개선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전 영역을 다듬으며 한층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거듭났다. 화려한 변화보다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개선했고 이를 통해 다시 한번 플래그십 세단의 진가를 보여준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그랜저 자체가 워낙 높은 완성도를 갖춘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를 억지로 바꾸기보다 세심한 터치를 더해 신형다운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면부다. 주간주행등에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어 최신 자동차다운 감성을 극대화했다. 헤드램프는 그릴 안쪽으로 교묘하게 숨겨 깔끔하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만든다. 덕분에 그릴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사선 패턴은 더욱 과감해졌고 주변부를 감싸는 은색 장식은 차체를 더욱 넓고 고급스럽게 보이게 한다.

 

 측면에서는 휠과 차체 컬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캘리그래피 트림에는 세련된 20인치 휠이 들어간다. 다이아몬드 커팅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놓은 독특한 디자인은 플래그십 세단다운 품격을 강조한다. 여기에 시승차에 적용한 무광 브라운 컬러는 파격적이면서도 거대한 차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현대차의 감각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후면은 변화가 더욱 절제됐다. 방향지시등 위치를 위로 올렸고 테일램프 주변 형상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은 정도다. 그랜저 마니아가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굳이 크게 바꿀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도 그랜저의 뒤태는 여전히 안정감 있고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신형 그랜저의 가장 큰 변화는 실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을 여는 순간 한 세대 위 자동차를 마주한 듯한 분위기가 펼쳐지고 자연스럽게 감탄이 나온다. 중심에는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인 '플레오스 커넥트'가 있다.

 

 커다란 센터 디스플레이 안에는 대부분의 기능을 통합했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가 하나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화면 구성과 아이콘 디자인도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추구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현대차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처음에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지만 금세 적응된다. 조작 과정은 직관적이고 반응 속도도 매우 빠르다. 발열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첫 적용 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더욱 기대되는 부분은 앞으로 출시될 현대차 대부분의 신차에 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마련한 작은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다. 사실상 서브 계기판 역할을 수행하며 꼭 필요한 정보를 보기 쉽게 전달한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더해져 운전자는 시선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다.

 

 음성 인식 성능도 크게 발전했다. 글래오 AI 라고 불리는 생성형 음성 인식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목적지 검색은 물론 차의 다양한 기능까지 말 한마디로 제어할 수 있다. 디지털 경험 자체만 놓고 봐도 신형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다.

 

 물론 디지털 요소만 좋아진 것은 아니다. 인테리어 곳곳에도 변화가 숨어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도어트림과 시트, 발매트 등에 적용한 카우치 패턴이다. 반듯한 격자무늬를 적용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기존 현대차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감성을 표현했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참신한 시도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센터 터널도 큰 폭으로 바뀌었다. 공간감을 강조했고 수납의 영역을 키운 것. 버튼은 시동을 비롯해 극도로 제한했다. 이는 방향지시등과 와이퍼가 통합된 ‘멀티펑션 스위치’를 스티어링 덕분이다. 좌측에 적용해 주행 중 조작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조작의 명확성을 높였다. ‘전자식 변속 레버’ 또한 기존 로터리 타입에서 상하 조작으로 변속단을 조작하는 레버 타입으로 변경해 운전자 편의성과 조작 안정감을 개선했다.

 

 편의 및 안전 품목 역시 플래그십답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부분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상품성에서는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그 중에서도 눈 여겨 볼 부분은 천장이다. 현대차 최초로 스마트 비전 루프를 적용해 개방감과 실내 쾌적성, 사용 편의성도 한층 높인 것.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 대비 개구 면적을 약 42% 확대하고 1열 헤드룸을 51mm 늘려 더욱 넓고 개방감 있는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 여기에 기계식 블라인드 대신 고분자 분산형 액정 필름을 적용해 액정 입자의 배열을 제어함으로써 전원 작동 여부에 따라 빛의 투과량을 조절한다.

 

 2열은 신형 그랜저의 경쟁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전용 송풍구와 독립 공조장치, 팔걸이 겸 컵홀더는 물론 햇빛가리개와 엔터테인먼트 조작 버튼까지 꼼꼼하게 마련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하이브리드 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을 거의 희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터리 위치를 최적화해 내연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을 확보했고 착좌감도 한층 좋아졌다. 리클라이닝과 통풍시트도 구현 가능한 배경이 된다. 그리고 패키징에 강한 현대차의 노하우가 그대로 드러난다. 트렁크 역시 만족스럽다. 깊이와 폭이 모두 넉넉하며 골프백을 가로 방향으로 적재해도 공간적인 여유가 남는다. 플래그십 세단에 기대하는 활용성을 충분히 갖췄다.

 

 ▲성능
 시승차는 1.6 터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탑재했다. 성능과 효율을 모두 끌어올렸는데 실제로 최고 출력 239마력, 최대 토크 38.7㎏∙m를 발휘하고 연료 효율은 복합 18.4㎞/ℓ를 달성했다. 아울러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기존 8.3초에서 8.0초로 줄었고 고속도로 추월 가속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80~120㎞/h 가속 시간 역시 5.4초에서 5.2초로 단축돼 보다 즉각적이고 여유로운 가속감을 제공한다.

 

 주행 감각은 하이브리드다운 부드러움이 중심이다. 출발부터 조용하고 매끄럽게 속도를 높여간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는 중속 이상의 영역에서 차별점을 드러낸다. 속도가 붙어도 엔진음은 거칠어지지 않는다. 회전수를 최대한 정제하며 우아하게 가속한다. 방음과 흡차음 성능은 물론 진동 억제 능력까지 크게 향상돼 플래그십 세단다운 정숙성을 완성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차의 성격이 매우 잘 어우러진다.

 

 기술적인 변화가 이 같은 결과값을 만들어냈는데 실제로 현대차는 엔진이 다시 시동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최대 51% 저감해 더욱 쾌적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구체적으로는 모터 역위상 제어 기술은 P1, P2 모터가 엔진 진동과 반대 방향으로 토크를 발생시켜 진동을 상쇄함으로써 주행 중 엔진 작동 시 발생하는 진동과 정차 중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이 공회전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여 실내 부밍 소음을 약 3dB 개선하고 더욱 정숙한 실내 환경을 구현했다.

 

 참고로 주행 모드는 에코와 스포츠, 마이 모드를 제공한다. 모드별 성격 차이는 크지 않다. 가속 페달 반응이 조금 더 예민해지고 스티어링 휠이 약간 묵직해지는 정도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필요한 상황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수행한다.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회생제동이다. 제동 이질감이 거의 없다. 

 

 특히 회생제동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유압제동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과정이 매우 깔끔하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에서 나타나는 꿀렁거림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오랜 시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축적한 현대차의 데이터와 노하우가 완성도 높은 가감속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차체 움직임도 전형적인 플래그십 세단의 성격을 따른다. 현대차는 카울 크로스바 두께를 증대하고 구조를 최적화하는 한편, 전륜 스트럿링 강성증대를 위한 차체 보강과 서스펜션에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를 적용해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완화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차체 거동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고속도로 주행이나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차체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제어해,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편안하고 차분한 주행 감각을 구현했다.

 

 스티어링 반응은 자연스럽고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안정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 긴 휠베이스와 차체 무게를 감안하면 와인딩에서 날카로운 운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 대부분은 그런 목적을 원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타깃 커스터머가 원하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이동 경험에 집중했고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총평
 신형 그랜저는 기존의 성공 공식을 억지로 바꾸지 않았다. 이미 완성도가 높았던 디자인은 더욱 세련되게 다듬고 실내는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경험으로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다. 여기에 플래그십다운 편안한 공간과 한층 정교해진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더하며 상품성을 빈틈없이 끌어올렸다. 


 특히, 플레오스 커넥트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은 앞으로 현대차가 나아갈 방향을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는 무대다. 동시에 조용하고 품격 있는 주행감은 여전히 그랜저만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가 현재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상품성을 아낌없이 담아낸 플래그십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편, 신형 그랜저는 가솔린 2.5, 가솔린 3.5, LPG 3.5,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한다. 가격은 가솔린 2.5 4,185만 원, 가솔린 3.5 4,429만 원, 하이브리드 4,864만 원, LPG 4,331만 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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