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300e 시작으로 렉서스다운 전기차 시작
-LF-Z로 미래 제시, RZ 통해 BEV 기술 구현
-섬세하고 잘 달리는 전기차의 꾸준한 진화
전기차만 놓고 보면 렉서스의 역사는 길지 않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렉서스는 짧은 기간 안에서도 명확한 단계를 밟았고 각각의 차에 분명한 역할을 부여하며 자신만의 전기차를 만들어왔다.

첫 번째 전기차에서는 기존에 잘하던 것을 BEV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지 확인했고 이후에는 전용 플랫폼과 새로운 구동력 제어 기술로 가능성을 넓혔다. 여기에 스티어 바이 와이어와 같은 새로운 기술까지 더하며 새로운 주행 경험을 고민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작은 UX 300e다. 2019년 11월 중국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했다. 한 달 앞서 발표한 글로벌 전동화 전략 아래 등장한 첫 번째 양산차이자 렉서스 역사상 최초의 BEV였다.
흥미로운 점은 첫 전기차를 만드는 방법이다. 렉서스는 완전히 새로운 전용 플랫폼이나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우지 않았다. 이미 시장에 출시돼 있던 컴팩트 크로스오버 UX를 기반으로 전기 파워트레인을 넣었다.
당시 기준 UX 300e에는 최고 150㎾, 최대 300Nm를 내는 전기모터와 54.3㎾h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렉서스는 모터와 배터리를 차체 아래쪽에 배치하면서 생기는 낮은 무게중심을 활용했고 앞뒤 무게배분과 관성,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행 성능을 다듬었다. 단순히 내연기관 UX에서 엔진을 빼고 배터리를 넣은 차가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 렉서스가 오랫동안 하이브리드를 만들면서 확보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모터와 인버터, 기어, 고전압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 기존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했다. 배터리에는 고온과 저온에 대응하는 온도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렉서스에게 첫 BEV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영역에 무작정 뛰어들기 위한 차가 아니었다. 2005년 RX 400h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에서 익힌 전동화 기술을 순수전기차에서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번째 시험대였다.

특히, 렉서스는 첫 차에서 멈추지 않았다. 꾸준히 UX 300e를 다듬은 것. 가장 큰 변화는 배터리다. 기존 54.4㎾h에서 72.8㎾h로 용량을 늘렸고 이에 따라 당시 발표 기준 주행거리는 450㎞로 기존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차는 토요타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에서 주행성능을 다시 다듬었다. 차체에 20개의 스폿 용접 포인트를 추가해 강성을 높이고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과 쇼크업소버도 다시 조율했다.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해 얻을 수 있는 낮은 무게중심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렉서스의 다음 단계는 새로운 후속 차종이 아니었다. 어떤 전기차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였다. 그 결과물은 2021년 등장한 LF-Z Electrified 콘셉트다. BEV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고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길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차체 강성을 높이는 동시에 진동과 불쾌한 소리가 실내로 전달되는 것도 줄였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DIRECT4' 였다. 가속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 운전대를 어느 정도 돌렸는지를 계산해 앞뒤 구동력을 조절한다. 또 필요에 따라 구동 특성을 자유롭게 구현하는 방식이다. 차는 앞뒤 바퀴에 전달하는 힘을 주행 상황에 맞춰 빠르게 바꾸면서 자세 자체를 적극적으로 제어했다. 운전자가 원하는 움직임과 실제 자동차의 반응 사이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스티어 바이 와이어도 등장했다. 운전대와 조향축을 기계적으로 직접 연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신호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상황에 따라 조향비를 자유롭게 조절하고 보다 직접적인 반응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그리고 콘셉트의 현실은 RZ로 구현됐다. 2022년 등장한 새 차는 렉서스 최초의 BEV 전용 제품이었다. 덕분에 배터리를 바닥에 낮게 배치해 무게중심과 차체의 기본기를 개선할 수 있었고 DIRECT4를 활용해 앞뒤 구동력을 적극적으로 제어했다. 전기모터의 빠른 응답성을 차체 자세 제어와 연결하면서 운전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차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렉서스의 전통적인 장점도 놓치지 않았다. 전기차의 정숙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실내로 들어오는 불필요한 소리와 진동을 억제하는 데 집중했다. 또 BEV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면서 출력과 주행거리, 충전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렉서스 최초의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양산차에 적용했다.
다른 인상깊었던 기술은 '인터랙티브 매뉴얼 드라이브'다. 변속기가 필요 없는 전기차에 가상의 변속 감각과 사운드를 더해 운전자가 직접 단수를 바꾸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운전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렉서스의 생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술이다.

이처럼 렉서스는 기간만 놓고 보면 순수전기차 역사는 짧지만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다. 더욱이 이전에는 2005년 RX 400h부터 이어진 긴 하이브리드 경험이 있었다. BEV라는 새로운 무대에 올라오기 전부터 모터와 배터리, 전력제어 기술을 실제 양산차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까지 하나씩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듬으며 렉서스다운 전기차가 무엇인지 답을 찾아온 시간이었다. 그리고 UX 300e에서 시작해 RZ까지 이어진 경험은 이제 브랜드를 대표하는 핵심 세단 신형 ES로 향하고 있다. 더욱 새 전기 ES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