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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전력 자산" 글로벌 ‘V2G’ 상용화 경쟁 속도 놀랍네

입력 2026-04-22 00:00 수정 2026-04-22 10:13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
 -시장 접근성 및 제도 기반 구축 박차
 -국내서는 현대차그룹 실증 선도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전기차를 자국 내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글로벌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전기차를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전력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양방향으로 전력을 주고받는 ‘V2G(Vehicle to Grid)’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V2G 기술은 배터리 양방향 충·방전과 전력 제어·통신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에서 구현이 가능하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심야 시간대 등에는 충전을,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피크 시간대에는 차량 배터리 내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력 수요·공급 대응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차주는 충전요금 감면 혜택 및 수익 창출 등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특히, 일부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제주 등 기후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 에너지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V2G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가 재생에너지 활용의 경제성 제고는 물론 전력망 안정화까지 가능케 하는 대안으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국가별로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영국이다. 전용 서비스 출시 등 간편화된 절차를 통해 전기차 소유주들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며 V2G 서비스 상용화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가 출시한 첫 상업용 V2G 패키지는 전기차 리스, V2G 충전기 설치, 요금제를 하나로 묶어 편의성을 높였다. 차주는 별도의 전력 판매 등 복잡한 거래 과정 없이 차를 충전기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V2G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전기차를 V2G 충전기에 일정 시간 이상 연결하는 경우 차 충전 요금을 전액 감면해주는 등 영국의 높은 전기요금을 고려해 설계한 맞춤형 인센티브도 현지 전기차 소유주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네덜란드는 전기차와 V2G 충전소, 지역 태양광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유럽 첫 대규모 도시 단위 V2G 실증 모델인 ‘위트레흐트 에너자이즈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35%의 건물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어 낮 시간대 전력 과잉 생산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V2G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들은 잉여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시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재생 에너지의 불균형을 보완하고 있다. 전기차의 충·방전은 시스템이 실시간 전력 수급을 판단해 자동으로 결정·관리한다.

 

 재난·재해로 전력망 피해가 잦은 미국 및 일본 등 국가에서도 전기차를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산불과 폭염,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로 정전 위험이 상시화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지역 전력망과 연계해 정전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전력을 복구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 2035년 약 1,4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차를 모두 활용해 지역 내 모든 가정에 3일 동안 끊기지 않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전기차를 재난 대응 전력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2011년 160조 원가량의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V2G 기술 활용 필요성이 본격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의 구매 보조금 평가 기준에도 전기차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지방 정부와 재난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조치가 포함돼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를 활용한 V2G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전용 전기차 제품과 양방향 충전 기술을 바탕으로 V2G 생태계 조성 및 기술 검증을 위한 실증 서비스를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에서 아이오닉 9과 EV9 등 전기차 55대를 활용해 충전 인프라와 전력망 연계 안정성 등을 검증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잉여 전력의 저장 및 공급 등 V2G 기술 적용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상용화를 위한 제도 정비도 진행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주도로 출범한 ‘V2G 민·관 협의체’에서는 중앙·지방정부와 전력 기관, 자동차·ICT 기업, 학계 등이 참여해 요금제와 정산·보상 방식, 법령 개선, 기술 표준 등을 포괄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전기차는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또 누가 전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지, 전력 공급 대가는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도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달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제주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서 7대 혁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V2G 확대’를 꼽으며 전기차 배터리 등을 포함한 ESS를 재생 에너지를 보완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규정하고 과감하고 신속한 변화를 약속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와 병행해 제도 설계 구체화 작업의 속도를 높여야 국내에서 V2G 상용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V2G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전환 가속화는 물론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 자산 확충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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