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기업도 EV 시장 적극 뛰어들어
-사용자 경험 넘어 글로벌 소비자 공략

2026 오토차이나가 지난 24일부터 막을 열었다. 한국에선 연일 중국의 전기차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BYD의 영하 30도 충전 실험, CATL의 3세대 고전압 충전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현장을 둘러보면 발전 속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충전 속도(5분 충전), 충전 방식(배터리 교체), 그리고 온도변화에 따른 배터리 성능 극대화(저온 성능 강화)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성능이 빠르게 확보되자 중국 내 전기차 경쟁은 제조사 간 디자인과 브랜드 차별화로 본격 집중되는 양상이다. 동일한 성능의 배터리, 화웨이 중심의 일관된 자율주행 기능이 경쟁적으로 채택되면서 이른바 ‘기술 차별점’이 거의 없어서다. 결국 수많은 제조사가 경쟁에서 이기려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브랜드 전문화밖에 없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 자동차기업들이 하나의 그룹 내에 차종, 성격, 가격 등에 따라 여러 브랜드를 두는 배경도 바로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BYD만 해도 주력 BYD 제품 외에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Denza), 오프로드 SUV 브랜드 팡청바오, 럭셔리 브랜드 양왕 등을 운용한다. KGM과 손잡은 체리그룹도 프리미엄 브랜드 익시드(Exeed), SUV 전문 제투어(Jetour), 지능형 전문 브랜드 ‘럭시드(Luxeed)’ 등을 내세운다. 창안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주력 브랜드 창안 외에 고급형 PHEV 전문 브랜드 디팔(Deepal), 지능형 프리미엄 브랜드 아바타(Avatr), 보급형 브랜드 네보(Nevo) 등을 활용한다. 파워트레인 내 전력 활용 비중, 가격, 자율주행 구현 수준 등에 따라 브랜드를 세분화시키고 생존력을 시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공하면 확장하지만 약화되면 가차없이 기존 브랜드를 새롭게 교체하는 게 다반사다. 확고한 지배자가 없는 EV 시장 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소비자 취향 공략으로 판단했고, 소비자가 외면하는 브랜드를 되살리는 것보다 빠르게 전환하는 게 오히려 새로움을 주는 방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EV 전문 브랜드로 ‘아이오닉’을 내세우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현대(HYUNDAI)’ 브랜드로 EV 제품을 아무리 내놔봐야 시장에선 ‘현대(Hyundai)’ 자체가 EV와는 거리가 멀어 제품이 부각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상황을 두고 한국의 모든 언론이 배터리와 다양한 브랜드를 주목할 때 은근 시선을 끈 대목은 EV 시장에 뛰어든 새로운 도전자들이다. 휴대폰 전문 기업인 샤오미가 선두 주자라면 로봇청소기 전문 기업의 EV 시장 참여는 제품의 확장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실제 글로벌 로봇청소기 1위 기업인 드리미는 2026 베이징 오토차이나에 스포츠 컨셉트 ‘네뷸라 넥스트 01’을 공개했다. 탄소섬유 차체 기반의 전기 스포츠카로 등장하며 드리미의 EV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로봇청소기 자체가 바퀴 달린 전동 자율주행 이동체라는 점에서 덩치만 다를 뿐 제조물의 성격은 비슷하다고 규정한 셈이다. 한국에서 유명한 로보락의 EV 경쟁 참여도 분명해졌다. 지난 2021년 로보락 창업자 장진이 샤오미 지원으로 전기차 스타트업 록스 모터(Rox Motor) 사업에 가담했고 올해 아다마스(Adamas) SUV를 공개하며 EV 경쟁에 본격 가담했기 때문이다.


샤오미와 드리미, 로보락 등이 모두 가전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중국 내 EV 시장은 경쟁적 생태계가 유지되며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중이다. 기존 거대 자동차회사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업의 EV 진출이 또 다른 경쟁 구도를 만들며 생존을 위한 기술 및 가격 경쟁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확보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유럽, 동남아, 중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중이다.

이번 2026 베이징 오토차이나는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과 얘기를 나눈 결과 EV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내수 보급이 가장 최우선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정책이든 시장 기반이든 보급이 빠를수록 사용자를 위한 배터리 에너지 밀도 향상, 충전 방식 다양화, 충전 속도 향상, 인프라 확대 등이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보다 나은 점은 인정하고 보급 및 전환 속도를 높이는데 치중해야 한다. 글로벌 EV 점유율을 논할 때 중국을 제외해야 한다는 옹색한 논리도 이제는 배제해야 한다. 해외에선 한국과 중국이 EV 부문의 치열한 경쟁자이니 말이다.
베이징=편집위원 권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