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크’ 현상 억제할수록 운전 신뢰 높아져
영어 단어 ‘저크(jerk)’는 무언가를 갑자기 확 잡아당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중세 시대 구두를 만들던 장인들이 가죽 실을 세게 잡아당기던 동작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갑자기 잡아당기는 것 외에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물론 기본적인 뜻은 여전히 갑자기 일어나는 변화, 그 중에서도 속도를 내포하는 일에 쓰인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움직일 때 갑자기 속도를 올리거나 줄일 때 나타나는 속도 변화 현상을 ‘저크’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저크’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다. 갑작스러운 속도 변화는 탑승자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빠르게 속도가 오르는 가속도, 빠르게 속도가 줄어드는 감속도는 가급적 배제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급격한 속도 변화는 운전 상황과 밀접성을 갖는다. 흔히 말하는 ‘안전 운전’, 또는 ‘편안한 운전’일 때 저크가 줄어든다.
탑승자가 이동 중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인간이든 인공지능에 기반한 자율주행이든 조종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의 예측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멀리 있는 신호가 바뀌었을 때 미리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속도를 천천히 줄이면 감속도 변화율이 현저히 낮아져 편안함을 느낀다.
또한 옆 차선을 주행하던 차가 방향지시등을 켜고 끼어들려 하면 인간은 미리 눈치채고 속도를 줄여 대응한다. 반면 AI 기반 자율주행은 옆 차가 확실하게 끼어든다고 판단해야 대응하는데 이때 ‘확실함’은 차선을 명확히 침범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예측의 영역으로 보면 대응은 늦을 수밖에 없어 속도를 갑자기 줄여야 하고 이때는 저크 변화가 커서 탑승자가 급제동의 불편을 겪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방향지시등만 보고 양보하면 그것 또한 탑승자에겐 시간의 손실을 초래한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자율주행 기업들은 수많은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다. 도로 위에서 인간 운전자가 페달을 어떻게 부드럽게 작동시키는지, 코너를 돌 때 스티어링을 어떻게 유연하게 다루는지 학습해 저크 현상을 줄이려 한다. 급격한 속도 변화를 줄이지 못하면 제아무리 비대면에 익숙한 로봇택시 이용자라도 인간 운전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최근 저크 현상 논란이 BEV의 회생제동장치로 확산됐다. 주행 중 멈추려는 힘을 전기 에너지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속도 변화가 커지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위해 회생제동을 사용하지만 탑승자는 이때 느끼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 실제 BEV 택시를 탑승할 때 회생제동 기능을 켜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더불어 속도를 줄이는 회생제동이 작동할 때 브레이크 램프가 점등되느냐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브레이크 램프는 켜진다. 자동차부품 성능 기준에 관한 규칙에선 감속도가 0.7m/s2 이하라면 미점등을 허용하지만 초과하면 켜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초에 시속 2.52㎞ 미만으로 서서히 줄면 제동등이 켜지지 않지만 기준을 초과해서 감속되면 뒤차에 제동 상황임을 알리도록 점등돼야 한다. 최근 규정이 개정돼 감속 상황이라면 감속도와 무관하게 모든 조건에서 제동램프가 점등되도록 했다. 그래야 후방을 따르는 차의 추돌 사고를 예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속도든 감속도든 중요한 것은 속도 변화의 최소화다. 이동 과정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급격한 속도 변화의 억제인 탓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속도 변화를 줄일 수 있을까? 이를 위해 AI 기반 자율주행은 지금도 베스트 드라이버로 평가되는 인간 운전자의 운전을 배우려 하고 그렇게 인간을 닮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을 뛰어넘으려 하는데 그걸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 돼가는 세상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