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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그레칼레 폴고레, '전기차 넘어 진짜 마세라티'

입력 2025-05-29 00:00 수정 2025-05-29 08:50


 -전기로 달리지만, 여전히 뜨거운 차
 -출력보다 인상적인 '반응'..운전 재미 더해

 

 전기차라는 단어는 이제 그리 놀랍지 않다. 엔진 대신 모터, 배기음 대신 고요함, 연료 대신 전기로 달리는 시대. 이 흐름 속에서 모두가 효율, 실용성, 정숙함을 강조한다. 

 

 그런데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는 조금 다르다. 전기차가 갖춰야 할 요소들을 중요시 하기 보다는 전동화 시대의 마세라티는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빠른 차를 만든다기보다는 매혹적인 차를 만드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시승을 통해 차가 갖고 있는 진정한 가치와 재미, 매력을 전부 확인할 수 있었다.

 

 ▲디자인&상품성
 폴고레와 내연기관 버전의 뼈대는 같지만 외형만은 확연히 구분된다. 엔진만큼의 냉각 효율이 요구되지 않다보니 공기역학적인 부분에 더 집중한 부분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건 인버티드 형태로 설계한 그릴이다. 여느 전기차처럼 꽉 막아놓지 않고 볼륨감 있는 패널과 공기역학을 고려한 조형으로 입체감을 더했다. 보닛을 지나간 역동적인 캐릭터라인, SUV 치고는 낮은 보닛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미학적인 부분을 더 중요시하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디자인 다운 모습이다. 

 

 측면은 깨끗하지만 결코 밋밋하지 않다. 마세라티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라인을 잘 입혔다. 삼지창 형상에서 영감을 얻은 전용 에어로 휠은 시각적인 무게 중심을 든든하게 떠받쳐주는건 물론 공력성능 개선에도 일조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65㎜, 전폭 1,980㎜, 휠베이스 2,900㎜다. 

 

 후면은 최근 마세라티의 디자인 기조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양 끝을 날렵하게 접어둔 긴 리어램프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트렁크 라인이 대표적이다. 리어 디퓨저는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닌 실질적인 다운포스를 유도하고 이렇다보니 SUV임에도 스포츠 쿠페 같은 날렵함을 불러 일으킨다. 

 

 실내는 고급감과 첨단 기술이 조화롭게 녹아 있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8.8인치 컴포트 디스플레이, 중앙 대형 터치스크린 등으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고 차의 주요 기능들을 모두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소재 만족도도 높다. 손길이 닿는 부위 대부분의 가죽이 제법 잘 마감되어있는 느낌. 몸을 적당히 잡아주는 세미 버킷 타입의 시트는 기능과 차의 성능을 암시할 수 있는 요인을 모두 잡고 있다. 멋과 감각을 모두 챙길줄 아는 패션의 나라 답다. 

 

 오디오 시스템도 눈길을 끄는 대목. 이탈리아 국적의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 소너스 파베르의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총 21개의 스피커와 1,285W 앰프가 만드는 3D 서라운드 사운드는 음악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울리는 느낌이다. 

 

 ▲성능
 그레칼레 폴고레는 105㎾h 배터리를 기반으로, 전륜과 후륜에 각각 각각 205㎾ 출력의 모터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합산 558마력의 출력과 82.4㎏·m의 토크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4.1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220㎞/h에 달한다. 

 

 하지만 그레칼레 폴고레의 진가는 단순한 수치에 머물지 않는다. 가속은 부드럽지만 절도 있게 시작된다. 페달에 약간의 힘만 실어도 차량은 반 박자 먼저 움직이며 주행의 리듬이라는걸 만들어낸다는 느낌이다.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하는 것 처럼 단순히 입력에 대한 출력값만 내놓는다는 느낌 보다는 운전자의 의도를 알고 움직이는 AI 같다는 비유가 더 정확하다.

 

 핸들링은 SUV 치곤 제법 날카롭고 직관적이다. 독일차가 철저한 계산 후 오차 없이 반응하는 기계 같다면 마세라티는 본능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맹수같다. 예측을 넘어 직감으로 움직이며 묘한 중독에 빠져든다. 자동차가 운전자와 교감하는 법을 마세라티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서스펜션도 무게 중심을 정확히 제어한다. 급차선 변경이나 연속 코너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는 일 없이 노면을 단단히 붙잡는다. 결과적으로 SUV의 차체 높이를 의식할 틈이 없을 정도다. 

 

 

 GT, 스포츠, 맥스 레인지, 오프로드 등 네 가지 주행 모드는 각기 다른 성격을 제공한다. GT는 마세라티 특유의 매끈한 주행감과 여유를, 스포츠 모드는 출력과 서스펜션을 조율해 보다 정열적인 감각을 부각시킨다. 이때 차는 마치 브랜드의 심장박동처럼 고동을 내뿜는다. 이 고동이 인상적이다.

 

 이쯤이면 눈치를 챘을 테다. 사운드다. 모든 전기차가 가상의 인위적인 사운드로 '감성'을 빚어내려고 애쓰지만 그레칼레 폴고레는 억지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뭔가가 떨리는 듯한 저주파의 진동이 실내를 관통하고 이는 귀보다 몸으로 먼저 느껴진다. 

 

 이 고동감은 마세라티를 타본 이들이라면 익숙할 특유의 맛을 선사한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성이 진동으로 번역된 결과다. 전기 모터의 정숙함 속에서도, 운전자는 분명히 마세라티에 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다. 

 

 ▲총평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빠르고 고급스러운 SUV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레칼레 폴고레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이 차는 마세라티가 110년 이상 이어온 브랜드 철학, 감성, 성능, 디자인이 전동화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레칼레 폴고레는 단지 출력 높은 전기차가 아니다. 왜 우리가 여전히 마세라티를 사랑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디자인은 고급스럽고 세련됐으며, 주행 감각은 본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운드는 정제된 감성으로 운전자의 심장을 두드린다. 고요한 전기차 시대, 마세라티는 여전히 뜨겁다. 

 

 시승한 그레칼레 폴고레의 가격은 1억2,38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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