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 약관 개정, ‘품질인증부품’ 우선 적용
-부품마다 체계화된 워런티 부족, 소비자 직접 확인해야
-정품과 품질인증부품, 자율적 선택 목소리 높아져
최근 자동차 품질인증부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다음 달 중순부터 자동차 수리 시 정품 부품 대신 품질인증부품을 우선 적용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결해야 할 숙제가 상당한데 특히, 보증(워런티)과 관련된 부분은 정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새로 바뀌는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자동차 보험 수리를 진행할 경우 대체 부품이 존재하면 해당 부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한다는 게 골자다. 또 소비자가 정품 사용을 원할 때는 인증 부품과의 차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는 수리비가 더 저렴한 쪽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한다. 기존에는 인증 부품을 사용하면 순정 부품 가격의 25%를 돌려주는 환급 특약도 폐지된다. 이를 두고 혜택 축소와 함께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늘어나는 부품 신기술, 모듈화 등에 따른 비싼 가격, 이를 바탕으로 보험 손해율 증가가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으로 발생하는 점을 짚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즉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대안 제시와 함께 보험료 절감 효과까지 이어지는 선 순환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비 업계와 소비자들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눈치다.
제한된 선택권과 인증 부품에 대한 불확실성, 중고차 거래 시 가치 하락 등이다. 그 중에서도 워런티 부분은 체계적인 기준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기존 순정 부품의 경우 정비 이력과 연계해 보다 정확한 워런티가 가능했다면 품질인증부품은 각 제조사마다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일일히 확인하며 알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수리를 마친 뒤 주행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입증이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 관계자 역시 “수리 과정에서 부품에 이슈가 생기면 바로 교체가 가능하겠지만 수리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가정해서 말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워런티에 대한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와 순정 부품사가 오랜 시간 소통하며 쌓아온 워런티 체계를 단번에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며 적지 않은 홍역을 치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른 문제는 선택권이다. 다음달 시행되는 국내의 경우 품질인증부품을 우선 적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무조건 품질인증부품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라며 “품질인증부품 수급이 늦고 순정부품 제고가 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순정부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순정과 품질인증 둘 다 제고가 있을 경우에는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품질인증부품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미국과 유럽은 순정과 인증부품 중 어떤 것을 선택할 지 소비자 자율에 맡긴다. 심지어 미국 일부 주에서는 비 순정 부품 사용 시 소비자 사전 동의를 필수로 요구하며, 유럽연합 역시 '수리 조항'을 도입해 자유로운 부품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도 우선의 개념이 아닌 자율 선택이라는 전제 조건이 먼저 깔려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워런티 체계와 선택권 제한 등 당장 보름 뒤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새 개정에 헛점일 수밖에 없다. 당장의 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인지 아니면 진짜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 대안인지 의구심도 커진다. 시간이 얼마 없지만 지금이라도 정부 공공기관이 나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잡아줘야 할 때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