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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 1등의 딜레마…한성자동차, 무엇이 문제였을까

입력 2025-08-06 00:00 수정 2025-08-06 10:40


 -할인 경쟁 심화, 이익 떨어뜨려
 -AMG 차지한 한성, 마이바흐는 HS효성에 내줘
 -불안정한 노사관계, 부진 원인 될 수 없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국내 최대 딜러사 한성자동차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는 복합적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딜러 간 경쟁 구도 변화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벤츠의 국내 판매량은 6만6,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딜러사들은 비용 절감과 전략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다. 하지만 한성자동차만은 예외였다. 648억원의 영업손실, 706억원의 당기순손실. 단순히 숫자만이 아니다. 이익을 낸 타 딜러사들과의 간극이 문제의 본질을 보여준다.

 

 비용 통제의 실패다. 같은 판매 감소 국면에서도 다른 딜러사는 임차료, 수수료 등을 줄인 반면 한성은 이 항목 모두에서 오히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판관비만 전년 대비 14.6%나 늘었다. 여기에 파생상품 손실, 유형자산 처분손실 등 영업 외 손실이 대거 반영되며 ‘내우외환’이 겹쳤다.

 

 안갯속 위기는 먼저, 할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선수당 할인은 영업사원이 받아야 할 인센티브를 미리 소비자에게 넘겨 차 가격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업사원이 자신의 몫을 깎아내는 행위다. 딜러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금기시돼 온 구조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방식이 벤츠에서도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벤츠는 오랫동안 할인이 없다는 인식 덕에 브랜드 프리미엄을 유지해왔다. BMW나 아우디 등 경쟁 브랜드는 할인 정책이 적극적인 반면 벤츠는 가격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벤츠에서조차 최근 몇 년 사이 할인을 놓고 딜러 간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영업사원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수당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질서의 붕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조직 내부의 인센티브 체계와 영업사원 간 신뢰, 딜러사 위상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특히 한성자동차처럼 규모가 큰 딜러사는 고정비도 크기 때문에 선수당 할인이 보편화될수록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외적인 체면도 말이 아니다. 2021년 세계 최초의 벤츠 브랜드 복합 공간 AMG 서울을 오픈하며 이목을 끌었지만 이후 최상위 라인업인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운영권은 경쟁 딜러사인 HS효성에게 넘어갔다. 브랜드 위계질서에서 마이바흐가 AMG보다 한 수 위라는걸 생각할 때, 벤츠코리아의 무게 중심이 한성자동차에서 HS효성 쪽으로 기울었다고 느끼는건 비약일까.

 

 노조와의 불통은 또 다른 결정적 위기 요인이다. 한성자동차 노동조합은 최근 쟁의권을 확보하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성과 미반영 전환배치’ ‘저성과자 부당전보’ ‘선수당 할인 강요’ 등 사측의 일방적인 인사 방침을 정조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갈등이 단순히 처우 개선을 둘러싼 노사 협상 차원을 넘어 고용 안정성과 조직 존엄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쯤에서 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왜 같은 벤츠 딜러사 중에서도 유독 한성만 이토록 시끄러울까. HS효성 더클래스, KCC오토 등에도 노조는 있다. 페라리를 판매하는 FMK나 포르쉐의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에도 노조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른 회사들에서는 갈등이 격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단지 노조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노조와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설정하느냐의 문제라는 뜻이다.

 

 현재 한성자동차는 마르코 김 대표이사 취임 이후 노조와 대면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어쩌면 갈등이 아니라 ‘무응답’이 문제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위기 속에서 소통을 단절한 조직의 말로가 어땠는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봐왔다.

 

 한성자동차는 그간 ‘국내 1등 벤츠 딜러’라는 타이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지위가 무색할 정도로 내부 불균형과 시장 경쟁 악화가 겹쳐있다. 실적 부진을 외부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브랜드 신뢰, 영업 전략, 노사 관계까지 총체적인 재설정 없이 반등의 기회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이야말로 한성자동차는 묻고 또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유일하게 적자인가, 경쟁사와 우리는 무엇이 달랐는가, 노사관계는 어떻게 재정립할것인가 라는 물음에서부터 모든 전략 수정이 시작돼야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 직원과 조직의 신뢰는 수치보다 복잡하지만 결국 가장 강력한 실적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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