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인하 종료, 차값 5% 인상 눈앞
-심상찮은 신차 판매 흐름도 주목
-중고차 시세는 이례적 상승..신차 수요 꺾이나
연말은 통상 자동차 시장의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는 시기다. 연식 변경을 앞두고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소비 심리가 맞물리며 판매가 집중된다. 그러나 올해 12월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치와 흐름을 놓고 보면 연말은 성수기라기보단 '절벽'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첫 변수는 세제 혜택 종료에 따른 체감 가격 인상이다.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올해를 끝으로 종료할 방침이다. 국산차를 지원하기 위한 생산촉진세제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즉각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마주할 현실은 분명하다. 차값의 약 5%가 오른다. 3,000만원대 자동차라면 150만원, 5,000만원대면 250만원 수준이다. 연말 할인으로 상쇄하기에는 체감 폭이 크고 이미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에 노출된 소비자에겐 구매를 미루는 명분으로 작용한다. 연말 특수의 전제 조건이었던 '지금 사면 싸다'는 논리가 흔들리는 셈이다.
두 번째 근거는 누계와 달리 꺾여버린 월별 흐름이다.누적 판매만 보면 올해 신차 시장은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월별 흐름은 전혀 다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9월 신차 등록은 15만5,849대로 전월 대비 22.9% 증가하며 반짝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8월(12만6,787대) 급감 이후의 반등에 가까웠다.
바로 다음 달인 10월, 신차 등록은 12만3,405대로 전월 대비 20.8% 급감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15.0% 줄었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있었던 11월 들어 등록 대수는 14만4,173대로 전월 대비 16.8% 회복됐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0.3%)에 머물렀다.
이 흐름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상반기와 여름 이후까지 이어진 수요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고 가을 이후에는 반등하더라도 추세를 바꾸지 못하는 시장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10월에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모두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특정 브랜드나 차급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의 수요 피로도가 누적됐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중고차 시장의 이례적인 가격 흐름이다. 통상 연말은 중고차 비수기다. 다음 해 연식 변경을 앞두고 매물이 늘고 완성차 브랜드의 신차 할인까지 겹치며 시세는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12월 기준 중고차 전체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0.55% 상승했다(2022년식, 6만㎞, 무사고 기준). 이는 단순한 계절적 반등이 아니라, 경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수요가 중고차 시장에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신차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질수록 당장 자동차가 필요한 소비자는 ‘지금 신차를 사느니 검증된 중고차’로 눈을 돌린다. 중고차 시세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신차 시장의 하방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세 가지를 종합하면 그림은 비교적 선명해진다. 세제 종료로 인한 가격 부담, 이미 꺾인 월별 판매 흐름, 그리고 신차 대신 중고차로 이동하는 소비자 심리까지. 올해 12월은 과거처럼 판매가 몰리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라 수요 공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구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말 할인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구조적인 부담을 뒤집기 어렵다. 이번 12월은 '얼마나 많이 팔렸는가'보다 '얼마나 덜 빠졌는가'가 성적표가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년 초 자동차 시장의 출발선이 생각보다 낮아질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