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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③] 오토타임즈 선정 2025 아쉬운 차 5

입력 2025-12-30 00:00 수정 2025-12-30 10:15


 2025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신차는 쏟아졌고 기술과 완성도는 분명 한 단계씩 올라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못 만든 차는 없는데 모두가 사랑받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상품성은 충분했지만 시장의 흐름, 가격, 타이밍, 그리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구매 이유’ 앞에서 한 발씩 비껴간 차들이 있었다.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맥락의 문제에 더 가까운 차들. 그래서 더 아쉽고, 그래서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유독 크게 느껴졌던 차를 기준으로 올해의 아쉬운 차 5대를 선정했다(소개 순서는 순위와는 무관).

 

 ▲기아 EV5
 패밀리형 정통 SUV 역할을 맡았다. 박시한 실루엣, 수직형 램프 그래픽, 견고한 스키드 플레이트 등으로 정통 SUV 이미지를 분명히 했고 전장 4,610㎜ 휠베이스 2,750㎜의 체급을 바탕으로 2열 공간과 적재 활용성을 강조하며 풀플랫 시트와 2열 중심의 수납 아이디어도 촘촘히 넣었다.

 

 성능과 효율도 무난하다. 81.4㎾h NCM 배터리와 160㎾ 전륜 모터 조합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 460㎞를 달릴 수 있고 10%-80% 급속 충전은 약 30분 만에 끝낸다. 이 외 i-페달 3.0, 스마트 회생제동 3.0, 각종 주행 보조 기능도 패키지로 채워 패밀리 EV의 표준을 노렸다. 가격은 에어 4,855만원, 어스 5,230만원, GT-라인 5,340만원이다.

 

 그럼에도 EV5가 ‘아쉬운 차’로 분류된 건 제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출시가 너무 늦어 ‘비교의 짐’을 안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출시 이후 약 2년의 시차는 그 사이 쌓인 정보와 평가가 그대로 국내로 유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출시와 동시에 수많은 비교표 위에 올라갔고 신차가 누려야 할 ‘새로움의 프리미엄’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소비자는 중국 시장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국내 기준에서 “왜 지금, 왜 이 가격, 왜 이 구성”이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 EV5는 그 질문에 충분히 대응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타이밍이 만든 불리함을 끝내 완전히 뒤집지 못했다.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
 르노의 감각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차 중 하나다. 1,855㎏으로 전기차치고는 비교적 가벼운 차체에 218마력 모터를 얹어 숫자 이상의 경쾌함을 노렸다. 87㎾h LG에너지솔루션 NCM 배터리로 1회 충전 주행거리 460㎞를 달릴 수 있으며 130㎾ 급속 충전으로 20%에서 80%까지 30여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실내 패키징도 장점이다. 평평한 바닥 설계를 바탕으로 2열 무릎 공간 278㎜, 머리 위 공간 884㎜를 확보하며 가족용 SUV로서 경쟁력을 드러냈다.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 NVH를 보완하는 스마트 코쿤, 화재 대응을 염두에 둔 파이어맨 액세스, 사고 시 고전압 차단을 위한 파이로 스위치 등 ‘유럽차다운 안전·설계’도 촘촘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관심이 아예 없었던 차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전 웨이팅 프로그램에 약 4,000명이 등록했고, 그중 30~40대 비중이 54%로 젊었다. 다만 관심이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의 문턱이 높았다. 가격이 5,159만 원~6,250만원으로 형성되며 비슷한 돈이면 선택지가 넘쳐나는 전기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쉽지 않았다. 운전 재미·효율·공간 활용이라는 강점이 분명했지만 경쟁자들 사이에서 빛을 확실히 받지 못한 사례다.

 

 ▲아우디 A5
 ‘익숙한 이름에 새 플랫폼’이라는 조합으로 돌아왔다. 폭스바겐그룹의 프리미엄 제품군에만 쓰는 새 플랫폼 PPC를 바탕으로 디지털 중심의 실내 구성과 한층 다듬어진 디자인을 앞세웠다. 루프라인과 테일게이트 설계는 쿠페형 실루엣을 강조하면서도 트렁크 활용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차체도 이전보다 커지며 여유를 동시에 키웠다. 

 

 파워트레인 구성도 아우디 다웠다. 트림 전반에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와 7단 S 트로닉을 기본으로 묶어 안정감 있는 주행 기반을 마련했고 40 TFSI·45 TFSI·40 TDI·S5까지 라인업을 넓게 깔았다. 특히 40 TDI 일부 트림에는 디젤 모델 최초로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스를 더해 진동과 효율을 동시에 잡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문제는 ‘완성도’와 ‘존재감’ 사이의 간극이었다. 국내 초반 투입이 디젤 중심으로 흘러가며 신차 효과가 생각보다 약했다. 가솔린·하이브리드 수요가 강한 시장 분위기에서 첫인상을 넓게 만들지 못했고 세단 자체의 인기 하락도 정면으로 맞물렸다. 

 

 상품 구성에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이 남는다. 동급에서 당연시되는 차로 유지 기능 등이 빠지며 소비자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차는 좋아졌는데 시장이 반응할 이유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 사례였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전장 5,715㎜, 휠베이스 3,460㎜라는 숫자부터가 압도적이다. 외관은 수직 조형과 블랙 크리스탈 실드로 브랜드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조명과 그래픽을 앞세운 미래지향적 해석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내는 55인치급 필라-투-필라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거실형’ 콘셉트를 밀어붙였고 냉장 기능을 넣은 콘솔 등 장비 구성도 과감하다.

 

 기술 스펙만 놓고 보면 화려하다. 205㎾h 배터리로 1회 충전 주행거리 739㎞를 내세웠고 800V 급속 충전(최대 350㎾)을 지원한다. 최고 출력은 벨로시티 모드 기준 750마력, 최대 토크는 108.5㎏·m에 달한다.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사륜 조향, 어라이벌 모드까지 더해 ‘크지만 다루기 쉬운 차’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슈퍼크루즈 역시 상징성이 크다.

 

 그런데도 ‘올해의 아쉬운 차’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모든 것이 곧장 ‘구매 이유’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걸리는 건 무게와 가격이다. 크기와 배터리 용량이 키운 장점은 동시에 부담이 됐고, 가격 2억7,757만 원이라는 벽은 시장의 모수를 급격히 좁힌다.

 

 또 하나는 기대를 모았던 슈퍼크루즈의 체감 가치다. 국내에서 약 2만3,000㎞ 구간에서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생활권에서의 활용 경험은 기대만큼 폭발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시기 화제의 중심이 테슬라 FSD로 쏠리며 슈퍼크루즈의 메시지도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다. 대단한 차이면서도, 대단함이 곧 설득력이 되기 어려웠던 차였다.

 

 ▲볼보 EX30
 글로벌에서 약 9만8,065대를 팔며 존재감을 입증했고 국내에는 후륜 기반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272마력)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들어왔다. 정지 상태에서 100㎞/h 5.3초 가속 성능, 66㎾h NCM 배터리, 1회 충전 주행거리 351㎞라는 구성은 ‘작지만 빠르고, 도심형으로는 충분하다’는 메시지다. 실내는 센터 중심 UI와 수납 아이디어, 재활용 소재 기반의 ‘책임감 있는 럭셔리’를 강조한다.

 

 가격 조정도 승부수였다. 코어 4,755만원, 울트라 5,183만원으로 “한국이 전 세계 최저가 수준”이라는 메시지까지 던졌다. 하만카돈 사운드 바, 운전자 경고 시스템, 차세대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 등 상품 구성도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EX30이 남긴 아쉬움은 ‘가치 대비 크기’라는 매우 단순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체 크기와 공간은 분명히 작다. 주행거리와 배터리 용량 역시 시장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애매한 구간에 걸려 있다. 라이벌 대비 뚜렷한 결정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EX30은 ‘잘 만든 작은 차’였지만 국내 소비자가 기대하는 설득력을 한 번에 완성하지는 못했다. 장점이 분명한데도, 단점이 더 먼저 보이게 만든 가격·체급의 딜레마가 발목을 잡았다.

 

 오토타임즈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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