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챠 보커트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
-테메라리오, 젊고 신선한 10대 같은 존재
-과거의 람보르기니, 항공우주, 모터사이클 영감
람보르기니 최신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술을 집약한 테메라리오는 절제된 모습 속에서 브랜드 특유의 강한 인상과 과감한 디자인이 엿보이는 슈퍼카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함으로 가득하고 람보르기니 헤리티지를 간직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테마라리오의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원천과 개발 스토리를 듣기 위해 밋챠 보커트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을 만났다. 테메라리오를 “젊고 신선하며, 약간은 반항적인 10대 같은 람보르기니”라고 표현했다. 과거에서 비롯된 유산, 항공우주에서 길어 올린 구조적 영감, 그리고 모터사이클의 노골적인 기계미까지. 전동화 시대에도 ‘아름다운 람보르기니’를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은 여전히 선명하다.
-테메라리오 출시로 람보르기니는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완성한 최초의 럭셔리 브랜드가 됐다. 이러한 전동화 전략은 차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름다운 람보르기니’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가장 우선적인 기준은 람보르기니다운 정체성이 타협 없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매력을 지닌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다. 파워트레인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DNA다.
테메라리오를 디자인할 당시 하이브리드 제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휠베이스를 약 8cm 늘렸다. 차체는 보다 컴팩트하게 구성했으며 특히, 샤크 노즈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풍부한 형태감을 통해 이러한 컴팩트함을 표현했다.
디자인과 퍼포먼스는 항상 함께 가기 때문에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라디에이터, 공기 흡입구, 공력 성능 등은 모두 하나의 큰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이는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친다.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기술적 요구를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고 엔지니어들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테메라리오의 디자인은 어떤 영감에서 출발했는지?
영감은 무엇보다도 이 차가 지닌 ‘미션’에서 시작한다. 맨 처음 우리는 스케치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항상 팀과 함께 앉아 디자인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며 생각하는 비전을 공유한다.
테메라리오의 경우 가야르도와 우라칸으로 이어지는 혈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기존 제품들과는 분명히 다른 차별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창작의 영감은 ‘유니크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나온다. 나에게 람보르기니는 패밀리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 즉 새로운 람보르기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항공우주 분야 역시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외관 곳곳의 ‘윙’ 형태나 실내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테메라리오의 노출된 타이어와 과감하게 잘려나간 듯한 리어 디자인에서는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를 엿볼 수 있다. V8 엔진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상부 구조 역시 모터사이클의 구조적 미학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했다. 정리하자면 테메라리오의 영감은 세 가지다. 과거의 람보르기니, 항공우주 세계, 그리고 모터사이클 세계이다.
-디자인 관점에서 테메라리오를 구현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차의 전체적인 컨셉트가 항상 가장 큰 도전이다. 컴팩트한 인상을 지닌 차를 디자인하려면 그 안에 수많은 요소를 담아내야 합니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를 비롯해 다양한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고 1만rpm까지 회전하는 엔진은 매우 높은 열을 발생시킨다.
차는 매일 헬스장에 가는 운동선수와도 같다. 따라서 가장 큰 과제는 엔진과 라디에이터가 충분히 숨 쉴 수 있도록, 즉 필요한 개구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매우 순수하고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타임리스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주행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량화는 필수 요소다. 개발 과정에서 실험적으로 적용해 본 다른 소재가 있었는지?
경량화는 새로운 차 컨셉트를 구상할 때 엔지니어들이 항상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테메라리오는 놀라울 만큼 민첩하고 가볍게 완성됐으며 이는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하나로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실내를 보면 우리는 이미 레부엘토에 보다 지속가능한 마이크로파이버 소재를 도입했다. 물론 전통적인 가죽도 제공하고 있지만 람보르기니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미션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특히 기쁜 점은 소재와 컬러 선택에 있어 고객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쉽게 버려지지 않을 제품을 만들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하나의 오브제로서도 매우 지속가능한 존재이다. 한 번 만들어지면 그 안에 담긴 열정과 신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오랫동안 남게 된다.
영원히 지속될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2년 전 란자도르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재활용 카본 파이버, 시트에 적용 가능한 3D 프린팅 소재 등 다양한 새로운 소재를 소개한 바 있다. 우리는 규모가 크지 않은 제조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야심차게 움직인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대해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람보르기니는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테메라리오는 올해도 또 한 번의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또 테메라리오의 디자인은 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람보르기니에 합류한 지 거의 10년이 되었고 지난 10년간 우리는 자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해 왔다. 이러한 성과에는 디자인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제품 라인업에서 올바른 ‘음’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매우 영리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전략을 바탕으로 디자인 측면에서 적합한 제품을 제시해 왔다. 디자인은 람보르기니를 선택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센트로 스틸레에서 축적해 온 20년간의 자동차 디자인 경험이 매우 중요하며 지금 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즐겨 듣는 음악이 있는지?
거의 항상 음악을 듣는다.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나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 중 하나다. 디자인을 구상하고 스케치를 할 때도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고 뮤직비디오도 자주 본다. 뮤직비디오는 짧은 시간 안에 매우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이러한 영감을 디자인 관련 영상을 제작할 때도 활용한다. 디자인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시각적 언어로 어떻게 표현하느냐 역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제작하는 많은 사진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치밀하게 고민된 결과물이다. 디자인을 설명해 주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데페쉬 모드다. 이들은 데뷔한 지 4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혁신을 이어왔고 스타일 측면에서도 항상 스스로를 질문해 온 밴드다. 디자이너로서 데페시 모드의 음악이 내 자신을 잘 대변해 준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테메라리오를 보았을 때 어떤 이미지나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지?
사람들이 테메라리오를 좋아해 주고 이 차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테메라리오는 하나의 출발점이며 앞으로 스스로의 레거시를 만들어 갈 제품이기 때문이다. 테메라리오는 두 가지 런치 컬러를 선보였다. 하나는 보다 조형적인 인상을 지닌 매트 블루 컬러이고 또 하나는 그린 컬러다.
나는 고객이 자신의 개성과 성격에 맞는 컬러로 테메라리오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어떤 고객은 보다 순수하고 절제된 스타일을 원하고 또 어떤 고객은 매우 대담하고 강렬한 컬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을 통해 이 차가 언제나 하나의 감정을 전달하기를 바란다. 바로 고객의 만족감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현재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화적 배경의 변화가 디자인 철학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스스로를 상당히 국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동독에서 태어났고 20대 초반에는 대학 진학을 위해 서독으로 이동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헌팅턴 비치에서 포르쉐의 첫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이는 문화적으로나 젊은 디자이너로서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매우 인상적인 계기였다. 그 후 남독일에서 포르쉐와 함께 커리어의 상당 부분을 보내며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일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은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

독일인으로서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는 점은 디자이너인 나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이다. 이탈리아 곳곳을 탐험하며 지내고 있고 때로는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탈리아를 경험했다고 느낄 정도다. 이탈리아는 음식, 가구, 럭셔리 제품 등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과 열정이 넘치는 나라다. 람보르기니는 모든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완벽한 디테일링을 추구하는 브랜드이며 이러한 감각은 제가 이탈리아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현재 우리가 만들어가는 디자인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