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클래스와 격차 벌리며 정상 자리 차지해
-기술과 전략, 시대의 취향을 관통
대한민국 수입 대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 때 상징과도 같았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으며 빈 자리를 BMW 7시리즈가 빠르게 채우고 있는 것. 이는 숫자로 증명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누적 판매량은 7시리즈 5,834대, S클래스(마이바흐 제외) 5,233대로 집계되며 7시리즈가 근소하지만 의미 있는 우위를 점했다. 지난달 역시 7시리즈 533대, S클래스 461대로 격차를 이어갔다. 이는 단순히 S클래스의 노후화라는 한 줄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역전은 제품 전략과 브랜드 방향성, 그리고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교차한 결과에 가깝다.

BMW는 세대교체 때마다 7시리즈를 ‘가장 미래적인 세단’으로 규정해 왔다. 최신 세대는 과감한 전면 디자인, 대형 키드니 그릴과 분리형 헤드램프, 실내의 31인치 시어터 스크린 등 시각적 충격을 동반한 변화를 택했다. 호불호는 있었지만 분명한 메시지는 전달됐다. “가장 앞서 있는 플래그십”이라는 이미지다.
특히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커넥티비티 영역에서의 진보는 소비자 성향 변화와 맞물렸다. 터치 기반 UI, 대형 디스플레이, 음성 인식, OTA 업데이트 등은 이제 고급 세단 구매층에게도 자연스러운 요소가 됐다. 7시리즈는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전통’보다 ‘혁신’에 무게를 둔 전략을 펼쳤다. 승부를 가른 또 하나의 축은 전기차다. 순수 전기 플래그십인 BMW i7은 지난해 706대를 기록하며 의미 있는 존재감을 보였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 EQS는 49대에 그쳤고, 최근에는 신형 준비로 판매 공백까지 발생했다.
BMW는 내연기관·플러그인하이브리드·순수전기차를 하나의 차체에서 유연하게 운영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고수한다. 소비자는 동일한 디자인과 공간, 브랜드 경험 안에서 동력원만 선택하면 된다. 반면 EQS는 S클래스와 다른 전용 전기차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이미지가 이원화됐다. 결과적으로 7시리즈는 “하나의 플래그십, 다양한 선택지”라는 명확한 구조를 완성했고 이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7시리즈는 트림 구성에서도 전략적이다. 고성능 M70부터 합리적 접근이 가능한 740d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운영하며 법인·개인 수요를 동시에 흡수했다. 옵션 구성 역시 한국 시장 선호 품목을 기본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며 ‘가성비 높은 플래그십’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반면, S클래스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는 대신 가격 방어에 집중했고 일부 소비자에게는 체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브랜드가 끌고가는 정체성의 흐름이다. 최근 BMW는 고성능 M 브랜드 강화, 전동화 가속, 디지털 UX 혁신을 통해 역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강화했다. 반면 S클래스는 여전히 ‘권위와 전통’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소비층의 세대 교체다. 40~50대 기업가와 IT·스타트업 경영자 등 새로운 부유층은 기술 친화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호한다. 이들에게 7시리즈는 더 직접적으로 어필한다.
종합적으로 비춰봤을 때 7시리즈의 승리는 단순히 S클래스의 제품 노후화로 인한 반사이익이 아니다. 혁신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과감한 세대교체, 디지털 친화 전략,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아우르는 투트랙 전동화, 그리고 한국 시장 맞춤형 상품 구성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물론 올해 등장할 신형 S클래스의 반격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바탕으로 부족했던 디지털 요소를 대폭 보강하고 출격 준비 중이다. 특히, 브랜드 상징성과 충성 고객층이 건재하기 때문에 추이가 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플래그십 세단의 ‘현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차는 7시리즈라는 사실이다. 한국 소비자는 기술과 전략, 그리고 시대의 취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며 지금의 BMW 플래그십은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