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300대 vs 테슬라 9000대
-전기차 서비스 격차의 진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의 관심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가격과 보조금, 주행거리 같은 요소가 구매 판단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서 소비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서비스와 유지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자동차인 이상 결국은 고장과 수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이 같은 변화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주요 브랜드별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보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준으로 현대차는 약 27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기아는 같은 시기 약 23만대로 뒤를 이었고 수입차의 경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 테슬라가 약 13만여대로 가파른 성장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해당 브랜드들의 서비스센터 수와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서비스 인프라는 어떻게 될까? 직영과 협력 정비망을 더해 현대차는 전국에 약 1,200곳이 넘는 서비스 네트워크가 있으며 기아는 약 760여개가 넘는 서비스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곳은 현대차가 약 1,000여개, 기아가 약 730여개다. 정비 품목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전기차를 입고시켜 문제를 확인하고 고칠 수 있는 곳이 현대차는 전체의 83%, 기아는 96%의 비율을 갖고 있는 셈이다. 반면, 테슬라는 서비스센터가 고작 14개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대부분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어 편차가 심한 편이다.
이를 센터 1곳당 차량 수로 환산하면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약 225대, 약 303대인데 반해 테슬라는 약 9,300대로 월등히 높아진다. 단순 계산으로도 테슬라 서비스센터 한 곳이 담당해야 하는 차량은 현대차 대비 약 40배에 달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1만대당 서비스센터를 환산해 보니 현대차는 약 44곳, 기아는 약 33곳이지만 테슬라는 약 1곳으로 부담이 상당하다.
자동차 산업에서 서비스는 단순한 사후 지원을 넘어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와 전자 제어 시스템 비중이 높은 만큼 전문 정비 인프라가 더욱 중요하다. 수리가 지연되거나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소비자의 불만이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 수입차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 바 있다. 2000년대 중반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던 시기에도 서비스 인프라 부족은 대표적인 문제였다. 차량을 구입하는 것은 쉬웠지만 정비를 받기 위해 장기간 대기하거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경험은 일부 소비자가 다시 국산차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차 가격이나 성능은 시간이 지나면 경쟁사 간 격차가 점점 줄어든다. 반면, 서비스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 그만큼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초기 단계를 지나 보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초기 얼리어답터 중심 시장에서는 제품의 혁신성과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지만 시장이 확대될수록 소비자는 훨씬 현실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구매 이후 얼마나 편하게 차량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마지막 승부는 서비스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판매 속도만큼 서비스 인프라가 함께 성장하지 못한다면 시장 확대 과정에서 소비자의 불만이 쌓일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경험이기도 하다. 전기차 시대에도 자동차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잘 달리고 오래 탈 수 있는 것,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것. 결국 소비자가 마지막에 평가하는 기준은 여전히 서비스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