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동커볼케 사장, 르망서 브랜드 철학 공개
-레이스 넘어 디자인·기술·한국적 정체성 알리는 무대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DO(최고디자인책임자) 겸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사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전략과 브랜드 철학을 제품을 바탕으로 직접 설명했다.

그는 제네시스가 르망에 도전하는 이유를 단순한 경기 성적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과 기술력, 그리고 한국적 가치를 전 세계 팬들에게 알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45년 전 이곳 르망에서 재키 익스의 우승을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제 제네시스가 이 무대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대담함'을 선택했다"며 "이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지난 560여 일 동안 모터스포츠 프로그램을 구축하며 빠르게 성과를 만들어냈다. 레이싱 프로그램 승인 이후 불과 18개월 만에 FIA 월드 내구 선수권(WEC) 스파-프랑코샹 대회에서 포인트를 획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며 "스파에서 포인트를 획득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아직 목표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네시스는 하이퍼카 프로젝트 GMR-001의 마그마 리버리를 공개하며 기대를 키웠다. 새 리버리는 지난 4월 뉴욕오토쇼에서 선보인 제네시스 마그마 브랜드의 강렬한 오렌지 컬러를 기반으로 한다. 차체 측면에는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도플러 효과를 형상화한 붉은색 그라데이션을 적용해 속도감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차체에는 한글로 '마그마'를 새겨 넣었다.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니라 제네시스가 한국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세계 무대에서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동커볼케 사장은 "우리가 레이스에 참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수많은 팬들이 모이는 세계적인 플랫폼이며 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직접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네시스는 특별 제작한 콘셉트카도 공개했다. 주인공은 G90 기반의 '제네시스 X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다.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오픈카 형태로 재해석한 차다. 조합은 리퀴드 티타늄과 미드나잇 틸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리퀴드 티타늄 모델은 금속이 흐르는 듯한 외장 색상과 오렌지 투톤 가죽 실내를 적용했고 미드나잇 틸 모델은 보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두 차는 르망 드라이버 퍼레이드에서 제네시스 레이싱 드라이버들을 태우는 역할을 맡는다.
동커볼케 사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도 소개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휴머니티를 위한 진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무게 700g 수준의 이 장비는 작업자의 어깨 부담을 줄여주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르망 레이스 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장비와 컨테이너를 옮겨야 하는 GMR 정비팀도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르망은 단순한 레이스 현장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 생태계에 대한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수소 트럭이 르망 레이스카를 운송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 e-코너 모듈과 투싼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활용해 제작한 '박스 버기' 콘셉트도 공개했다. 박스 버기는 네 바퀴 각각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패독과 골프장, 물류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네 개의 독립 모터를 활용해 제자리 회전이나 번아웃 같은 독특한 주행도 가능하다.
동커볼케 사장은 "제네시스와 현대차그룹은 르망을 통해 단순히 빠른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기술, 로보틱스, 수소 에너지 등 미래 모빌리티 전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르망은 그 비전을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르망)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