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와 데이터가 만든 미래형 정비 현장
-차를 고치는 곳 넘어 서비스 혁신의 공간
서비스센터라고 생각하고 들어섰지만 첫인상은 완전히 달랐다. 기름 냄새와 공구 소리, 분주한 작업장의 모습 대신 넓게 열린 공간과 자연채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의 움직임은 차분했고 사람보다 로봇이 더 바쁘게 움직였다. 차가 입고되는 순간부터 부품 공급, 정비, 품질 분석까지 모든 과정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마치 최첨단 연구소이자 종합병원을 둘러보는 듯했다.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문을 연 수원하이테크센터는 단순한 서비스센터가 아니라 미래 자동차 서비스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센터에 도착해 가장 먼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입고 과정이었다. 1층에서 차를 맡기면 자동차는 곧바로 전용 카 리프트를 통해 정비가 이뤄지는 작업층으로 이동한다. 일반적인 서비스센터처럼 여러 직원이 차를 옮기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차는 자연스럽게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고 작업은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다.
건물 내부는 층마다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2층은 현대차 일반 정비 공간, 4층은 제네시스 전용 워크베이, 그리고 가운데 위치한 3층은 고난도 진단과 정밀 정비를 담당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와 함께 작업장 분위기는 기존 정비소와는 사뭇 다르다. 바닥에는 공구나 부품이 어지럽게 놓여 있지 않았고 공간은 연구시설처럼 정돈돼 있었다. 최신 장비 앞에서 엔지니어들은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고 전체 공간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수십 대의 차가 동시에 정비를 받으면서도 불필요한 소음이나 혼잡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그 중심에는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있다. 작업장 주변에서는 부품 이송 로봇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필요한 부품을 전달하기 위해 사람이 창고를 오가는 모습 대신 로봇이 지하 물류창고에서 필요한 파츠를 찾아 각 작업장으로 운반한다. 물류창고 내부에서도 부품 보관과 입출고는 자동화 설비가 담당한다. 로봇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층별 작업장까지 이동하며 정비사가 작업을 멈추고 부품을 찾으러 가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정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은 이미 여러 산업 현장에서 볼 수 있지만 이를 자동차 서비스센터 전체 운영 방식에 녹여낸 사례는 쉽게 보기 어렵다. 사람은 정비에 집중하고 물류는 로봇이 책임지는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3층 고난도 정비 공간이었다. 최근 자동차는 기계보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훨씬 커졌다. 단순한 엔진 수리보다 진동과 소음, 제어기 통신 오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상처럼 원인 규명이 어려운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각종 데이터 분석 장비와 진단 시스템을 활용해 복합적인 결함을 찾아내고 원인을 분석한다. 단순히 고장 난 부품을 교환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전체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전동화 시대를 대비한 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전용 정비 공간은 물론 수소전기차를 위한 전문 워크베이도 별도로 마련됐다. 특히 수소차 작업 공간은 수소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즉시 안전 조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일반 정비 구역과는 다른 전문성을 보여준다.
고전압 배터리와 수소 시스템처럼 미래차 특성에 맞춘 시설을 직접 보니 현대차가 앞으로의 서비스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리프트였다. 일반 승용차는 물론 최대 6톤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대형 리프트를 갖췄다. 앞으로 등장할 플래그십 제품이나 배터리 탑재량이 더욱 커질 대형 전기차까지 고려한 설비다.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질 미래 자동차까지 이미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지하 공간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판금과 샌딩, 조색 등 분진과 소음이 발생하는 중정비 작업은 모두 지하에서 이뤄진다. 고객 공간과 일반 정비 공간을 분리해 작업 효율과 쾌적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동선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작업 특성에 따라 공간을 세심하게 구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도슨트 투어를 마치고 가장 크게 남은 인상은 정비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 서비스센터는 고장이 나면 어쩔 수 없이 찾아가는 곳이었다. 기름 냄새가 가득하고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수원 하이테크센터는 정반대였다. 넓은 아트리움과 자연채광, 차분한 분위기, 체계적인 동선은 오히려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몸이 아플 때 최고의 종합병원을 찾듯 세계 최고의 진단과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서비스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직접 둘러보니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수원 하이테크센터는 단순히 규모가 큰 서비스센터가 아니다. 자동화와 데이터, 전문 진단, 미래차 대응 역량을 한데 모아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자동차를 고치는 곳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구하고 실험하는 거대한 연구실. 이날 둘러본 수원 하이테크센터는 국내 자동차 서비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