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보다 모터가 주인공인 PHEV 시스템 갖춰
-전기차 같은 주행감각, 패밀리 SUV 실용성도 겸비
-3,750만원, 가격 경쟁력만 놓고 보면 무시할 수 없어
디젤기관차는 사실 디젤로 달리는 기차가 아니다. 철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디젤 기관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들고, 실제 바퀴를 움직이는건 전기모터다.오래 전 부터 효율성과 부드러운 동력 전달, 그리고 전차선이 부족한 구간에서도 주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BYD 씨라이언 6 DM-i를 시승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바로 이 디젤전기기관차였다. 하이브리드라고 하면 보통 엔진이 중심이고 전기모터가 보조하는 구조를 떠올린다. 하지만 씨라이언 6 DM-i는 반대다. 전기모터가 주행의 중심을 맡고 엔진은 필요한 순간 전기를 만들고 효율을 높이는 역할에 집중한다.
▲디자인&상품성
씨라이언 6 DM-i는 화려함으로 시선을 끄는 SUV는 아니다. 대신 차체 비율이 안정적이다. 전장 4,775㎜, 전폭 1,890㎜의 차체는 투싼과 스포티지보다 크고 쏘렌토보다는 약간 작다. 숫자로만 보면 애매한 위치지만 실제로는 차폭이 넓어 체급 이상의 존재감을 만든다.


전면부는 얇게 뻗은 LED 헤드램프와 차체를 가로지르는 크롬 장식이 시각적으로 차를 넓어 보이게 만든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존재감은 최소화했고 범퍼 역시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냈다. 최근 전동화 SUV들이 추구하는 간결한 인상이다.
후면은 최근 BYD 전기차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을 따른다. 좌우를 연결한 LED 리어램프가 차폭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하고 범퍼 역시 복잡한 조형 대신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과장된 디퓨저나 장식 대신 수평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측면에서 바라본 씨라이언 6 DM-i는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긴 캐릭터 라인이 앞 펜더부터 뒤 펜더까지 이어지고, 두툼한 펜더 볼륨이 SUV다운 힘을 더한다. 플로팅 루프와 매트 루프랙도 전체적인 균형을 해치지 않는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사용성을 우선했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중앙에는 15.6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계기판은 필요한 정보를 보기 쉽게 정리했고, 센터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큰 만큼 내비게이션과 정보를 동시에 확인하기 편하다. 카카오맵 기반 내비게이션과 OTA, 무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한다.
최근 중국차들이 물리 버튼을 과감하게 없애는 것과 달리 씨라이언 6 DM-i는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버튼으로 남겨뒀다. 공조장치와 주행에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실제 운전에서 만족도가 높다.



센터콘솔 구성도 실용적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와 수납공간 배치가 직관적이고, 변속 조작계도 손이 자연스럽게 닿는 위치에 있다. 화려한 연출보다는 일상에서의 편의성을 우선한 구성이다.
휠베이스는 투싼이나 스포티지와 비슷하지만 체감 공간은 한 단계 위 SUV에 가깝다. 특히 넓은 차폭 덕분에 앞좌석은 물론 2열에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성인 네 명이 장거리 이동을 해도 답답함을 느끼기 어렵다. 통풍·열선시트는 물론 2열 열선시트와 리클라이닝 기능,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까지 갖춰 패밀리 SUV에 기대하는 편의사양은 대부분 기본으로 제공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첫 번째는 트렁크다. 425ℓ의 적재공간은 일상에서는 충분하지만 차체 크기와 실내 공간을 생각하면 조금 더 확보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두 번째는 휠. 19인치 휠은 승차감과 연료효율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시각적으로는 차체를 모두 받쳐주지 못한다. 20인치 정도만 적용됐더라도 훨씬 균형감 있는 비례를 보여줬겠다.

▲성능
씨라이언 6 DM-i에는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최고출력 204마력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엔진은 130마력, 22.4㎏·m를 발휘하고 모터는 204마력, 30.6㎏·m의 성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8.3초가 걸린다.
하지만 이 차는 숫자로 설명하면 절반밖에 전달되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전기차 같은 감각이다. 출발은 조용하고 가속은 즉각적이다. 저속에서는 엔진이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가 먼저 반응하고 엔진은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바로 여기서 디젤기관차의 비유가 다시 떠오른다. 기관차에서 디젤 엔진은 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만든다. 씨라이언 6 DM-i 역시 운전자가 체감하는 대부분의 주행은 전기모터가 담당하고 엔진은 뒤에서 시스템을 지원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가 엔진과 모터의 균형을 추구한다면, BYD는 애초부터 전기모터를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 차이는 운전 감각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핸들링은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만 자연스럽게 차체를 움직인다. 조향감은 지나치게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다. 차선을 바꾸거나 와인딩 로드에서 연속 코너를 돌아도 앞머리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차체를 차분하게 세우면서도 운전자의 입력에는 충실하게 따라온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조금 더 무게를 둔 세팅이다.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을 한 번에 걸러내기보다 부드럽게 흡수하는 성격이다. 충격을 흡수한 뒤 차체가 두세 번 출렁이는 일도 거의 없다. 앞뒤 서스펜션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불쾌한 진동을 억제한다. 가족과 함께 타는 SUV라는 성격을 잘 이해한 세팅이다.

고속도로에서도 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속 100~120㎞ 구간에서도 차체는 안정적으로 노면을 붙잡는다. 차선 변경 시에도 뒤가 늦게 따라오거나 차체가 크게 기우는 느낌은 적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적절히 억제돼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감이 크지 않다.
절대적인 운동 성능을 추구하는 SUV는 아니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높은 차체 특유의 롤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패밀리 SUV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히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심과 고속도로에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세팅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총평
씨라이언 6 DM-i는 가격 경쟁력으로 관심을 받는 SUV다. 하지만 직접 타보면 가격보다 먼저 완성도가 눈에 들어온다. 공간은 넉넉하고 편의기능은 풍부하다.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기존 하이브리드와 다른 주행 감각은 이 차만의 개성이다.
디젤기관차가 수십 년 동안 효율적인 동력 전달 방식으로 선택받아온 이유는 엔진이 아니라 전기모터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씨라이언 6 DM-i도 같은 철학을 품고 있다. 하이브리드를 내연기관의 진화가 아니라 전기차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의 기준을 만들었다면, BYD는 그 기준을 다른 방향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 씨라이언 6 DM-i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게 해주는 SUV다.
BYD 씨라이언6 DM-i의 가격은 3,750만원.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