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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지능은 레벨3, 책임은 레벨2...왜?

입력 2026-09-15 00:00 수정 2026-09-15 08:59

 -자율주행 ‘레벨2+’의 꼼수, 책임과 비용은 소비자 몫

 

 자율주행 ‘레벨2(Level Two)’ 단계는 익숙하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단계인 탓이다. 그런데 ‘레벨3(Level Three)’는 아직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일부 국가의 시범 도시에서 운행되지만 많은 곳에선 아직이다. 제조사는 물론 운행 허용권한을 가진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지능은 계속 고도화되지만 제조사는 어떻게든 인간에게 사고 책임을 돌리고 싶다. 동시에 자신들이 내놓은 제품의 지능이 경쟁사 대비 똑똑하다는 점도 강조하려 한다. 그래서 등장시킨 고육지책 단어가 자율주행 단계에 없는 ‘레벨2.5’라는 단어다. ‘2’와 ‘3’의 중간 단계로 지능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사고 책임은 인간에게 부과하고 싶어서다. 비슷한 용어로 ‘플러스(+)’ 기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레벨2 플러스(Level2+)’가 고속도로 등에서 작동되는 수준이라면 ‘레벨2 더블 플러스(Level2 ++)’는 도심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방도로 등이 포함되면 ‘레벨2에 플러스 기호만 세 개가 들어간 레벨3 트리플 플러스(Level2 +++)’가 등장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일부에선 포괄적인 의미에서 ‘어드밴스드 레벨2(Advanced Level2)’라는 단어도 쓴다. 

 

 실질적으로는 자동차에게 선택적으로 운전을 맡기는 레벨3 기능을 수행하지만 제조사가 레벨2에 수식어를 붙여가며 머무르려는 이유는 가장 골치 아픈 사고 책임 때문이다. 레벨3에서 사고 책임은 제조사 또는 운전자에 각각 부과되는 반면 레벨2는 전적으로 인간이 책임을 지는 구조인 탓이다. 비교적 자율주행에 앞서 있다는 테슬라조차 FSD를 ‘감독형 자율주행’으로 표현한다. 

 

 최근 나오는 자동차는 도심, 고속도로 주행은 물론 주차도 스스로 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지능은 이미 레벨3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제조사 관점에서 사고 책임을 떠안으려면 로봇의 운전 실력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능가하려면 인간은 예측조차 못하는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이때 필요한 것이 운행 데이터다. 특히 사고 가능성이 0.01%라도 있다면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 사고 자체를 완벽 방지해야 하는데 아직 자신감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운행을 위한 제도는 마련돼 있다. 레벨3의 임시운행허가를 위해선 최소한의 안전운행요건을 갖추면 된다. 여기서 ‘최소한의 안전’이란 시스템이 제한 성능을 초과하거나 고장 날 경우 운전자에게 즉시 시각 또는 청각적 신호로 제어권 전환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때 운전자가 제어권을 넘겨받지 못하거나 시스템 운행영역(ODD)을 이탈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스스로 비상점멸등을 켜고 안전지대로 이동해 정지하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핵심 센서(카메라, 라이다 등)에 고장이 발생해도 조향 및 제동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복선화(이중화) 설계도 이뤄져야 한다. 

 

 지능에 자신감 있어 아예 인간 운전이 필요 없는 레벨4의 운행 기준도 규정했다. 실제 도로 등에서 1만5,000km 이상의 실증 주행 기록이 있으면 되고, 시스템 오휴류나 위험 상황으로 자율주행 제어권을 넘겨받는 간격이 160㎞당 1회 이하여야 한다. 동시에 비상정지 명령 등이 가능한 원격 관제센터와 차량 간 양방향 통화 장치를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했으며, 관제센터에서 필요하면 직접 원격 비상 정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당연히 승객 또한 이상하다고 느끼면 직접 하차를 요구하거나 비상정지버튼으로 운행 중단에 개입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해당 조건이 만족된 경우 사업자는 최소 5년에서 최장 9년까지 유상운송 영업할 수 있는데, 이때 걸림돌이 자치단체가 부여하는 면허권이다. 유상운송에 투입되려면 로보택시 사업자 또한 ‘운송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인간 택시와 갈등을 빌미로 ‘면허’를 내주지 않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한국에선 레벨3와 레벨4가 복합 운행될 가능성이 높다. 주간에는 운송면허를 보유한 인간과 로봇이 번갈아 운행하는 레벨3 단계로 운행되다 야간부터 새벽에는 로봇이 인간의 운송면허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전제는 결국 택시 요금 인상이다. 한 마디로 미국이나 중국처럼 로보택시로의 전환을 원한다면 그만한 비용을 부담하라는 뜻이다. 책임이 제조사에 있는 레벨3 또한 많은 기술 개발 비용이 선제적으로 투자되는 탓이다. 소비자는 반대하겠지만 제조사와 운송사업자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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