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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 버스요금 인상과 이동 기본권

입력 2026-09-26 00:00 수정 2026-09-26 08:40

 -10월부터 9% 올라...KTX 역전 현상
 -버스업계, 고정비는 증가하고 이용자수는 급감
 -전 국민의 이동 기본권을 위한 정부의 대책 필요 

 

 오는 10월부터 시외·고속버스 운임 상한이 9% 오른다. 2023년 7월 이후 약 3년 만의 조정이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특히 최근 철도 운임과 비교해 보면 체감은 더욱 크다. 일부 장거리 구간에서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요금이 KTX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지는 상황까지 나타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버스회사가 지나치게 요금을 올리는 것일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에 정부가 허용한 것은 모든 버스표 가격을 일괄적으로 9% 올리는 것이 아니라 '운임 상한'을 9% 조정하는 것이다. 실제 운임은 이 범위 안에서 지역과 운송사업자별 절차를 거쳐 결정한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번 조정의 배경으로 운송원가 상승과 버스업계의 경영난을 들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버스업계가 당초 요구한 인상 폭보다 실제 조정 폭이 낮다는 점이다. 이용객은 줄어드는데 기사 인건비와 유류비, 차량 구입비와 정비비 등 운행에 필요한 비용은 계속 들어간다. 승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버스 가격이나 기사 인건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버스요금을 올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요금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적자가 나는 노선을 계속 운행하라고 민간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실제로 버스는 이미 빠른 속도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시외·고속버스 노선은 3,203개로 10년 전 4,584개와 비교해 30%가량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봐도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시외버스 노선은 3,335개에서 3,177개로, 고속버스는 208개에서 164개로 줄었다.

 

 승객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1억1,839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가용 보급과 고속철도 확대가 장기간 영향을 미친 데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한번 줄어든 운행 횟수와 차량, 기사는 코로나가 끝났다고 저절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노선을 늘리려면 돈이 들고 그렇게 해도 승객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노선이 사라지니 터미널도 버티지 못한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민영 버스터미널 44곳이 폐업하거나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대전 서남부터미널은 폐업을 신청했고 전남 곡성과 경북 울진에서도 터미널 폐업 문제가 불거졌다. 심지어 협회에 따르면 서울 남부터미널도 수요 감소와 누적 적자를 이유로 폐업 의향을 나타낸 상태다.

 

 일부 지역의 상황은 더욱 극단적이다. 경북 울진 온정종합터미널의 2024년 연간 탑승객은 1,356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3.7명꼴이다. 매표와 시설 관리, 건물 유지비를 생각하면 민간 사업자에게 수익을 내면서 터미널을 계속 운영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서 버스를 단순히 철도의 경쟁자로 바라보는 시선도 바꿀 필요가 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사람에게는 KTX와 고속버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철도역 자체가 없는 지역 주민에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중소도시와 농어촌으로 갈수록 시외버스는 대체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고령층과 학생, 자가용을 이용할 수 없는 주민에게 버스 한 편은 단순한 교통상품이 아니다. 병원에 가고 학교에 가며 다른 도시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사실상의 사회 기반시설이다.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버스요금이 비싸다거나 버스회사가 왜 노선을 줄이느냐는 비판에 머무르는 일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승객이 적어 수익을 낼 수 없는 노선이라도 주민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민간 회사에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버스회사는 사업자다. 승객 한두 명을 태우기 위해 수십㎞를 운행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를 무한정 감당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반대로 적자를 이유로 모든 노선을 없애도록 놔둘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만 버스회사에서 지역 주민으로 바뀔 뿐이다. 그것도 '이동할 수 없다'는 훨씬 큰 비용으로 말이다.

 

 결국 일정 부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도 공공성이 높은 시외·고속버스 노선을 '필수노선'으로 지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광역 이동권 보장을 위해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수익성이 충분한 간선노선은 지금처럼 시장에 맡기되 철도 등 대체 교통수단이 없고 주민 의존도가 높은 노선은 공공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운행손실 지원뿐 아니라 지역별 최소 운행 횟수 설정, 수요응답형 교통과의 연계, 고속도로 통행료 등 운행비 부담 완화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터미널 역시 마찬가지다. 승객이 하루 몇 명뿐인 터미널을 민간 사업자가 예전과 같은 규모로 유지하기 어렵다면 지자체가 거점 기능을 인수하거나 규모를 줄인 공공형 환승시설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실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영 터미널의 공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은 터미널 기능 유지를 위해 광역버스터미널의 공영화를 추진 중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버스와 터미널을 세금으로 살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필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하고 국민의 기본적인 이동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통망에는 공공이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버스요금 인상은 지금의 악순환의 결과에 가깝다. 승객이 줄고, 노선이 사라지고, 터미널이 문을 닫고, 남아 있는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결과가 결국 요금표에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이용객 감소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몇 년 뒤에는 요금이 비싸다는 불평조차 할 수 없는 지역이 더 늘어날지 모른다. 탈 버스 자체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은 수익성만으로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다. 철도가 닿지 않는 곳에도 사람은 살고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이동할 권리는 있다. 이제 시외·고속버스를 바라보는 기준 역시 '얼마나 돈을 버느냐'에서 '어디까지 이동권을 보장해야 하느냐'로 달라져야 한다. 버스요금이 올랐다고 버스회사만 탓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 발을 어디까지 시장에 맡기고 어디서부터 공공이 책임질 것인지 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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