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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미국의 車 효율 규제 완화는 ‘득보다 실’

입력 2026-10-06 00:00 수정 2026-10-06 11:18

 

 “효율을 높이면 차 가격이 오른다.” 오랜 자동차 역사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효율을 높이려면 기술개발 비용이 발생하고 차 값에 반영되는 탓이다. 하지만 효율이 개선된 만큼 에너지 비용은 절감된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 늘어난 가격 부담을 에너지 절감 비용이 상쇄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따라서 둘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관계다. 여기에 각 나라의 정부는 ‘규제’라는 수단을 동원해 효율 개선을 독려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 온실가스 감축을 추구하고 있어서다. 화석연료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의 선택은 정반대다. 자동차 평균 효율 기준을 오히려 완화했다. 2031년 적용할 승용차 평균 효율 기준을 ℓ당 14.7㎞로 설정했는데 이전 정부에서 제시한 21.4㎞에서 약 30% 후퇴했다. 그러자 미국 내 완성차기업이 당장 반겼다. 저효율 자동차를 팔아도 벌금을 내지 않고 굳이 비용 들여 효율 개선에 나설 필요가 없으니 차 값도 오르지 않아 내연기관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평균 효율을 맞추기 위해 마지못해 구입했던 배출권도 사 올 필요가 없다. 

 

 효율 기준 완화의 배경은 미국의 강력한 석유 지배력 때문이다. 세계 석유의 60%를 가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석유 능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풍부한 석유를 두고 굳이 수송 부문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기후변화는 뒤로 하고 일단 미국이 막대하게 보유한 석유 기반의 이동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곧 미국의 힘이라고 믿는다. 실제 이번 조치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전 기준 대비 약 5% 증가하고 연료소비는 2050년까지 약 3,785억ℓ가 늘어난다. 반면 자동차 가격은 평균 930달러(124만9,000원) 내려간다. 완성차 제조사와 소비자, 정부, 석유 사업 등을 망라하면 자동차회사와 석유 사업자의 탄소배출 책임은 줄되 이익이 늘고, 소비자는 가격 부담이 완화되는 반면 탄소 배출은 증가한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정부의 이번 효율 규제 완화 조치가 미국 자동차기업에게 유리할 것인지 따져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만 효율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그만큼 제조사의 효율 개선 의지가 꺾이기 때문이다. 물론 빅3의 주력 시장이 여전히 미국이라는 점에서 당장은 이익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돼 오히려 수출이 위축되는 결과로 연결되고, 그에 따라 해외 사업이 축소되면 빅3는 미국 내수기업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효율 기준 완화를 상쇄하는 또 다른 요소다. 바로 기름 값이다. 기준을 완화해도 미국 내 기름 값이 올라 애써 고효율 차종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가 HEV 제품군을 완벽히 갖춘 기업에게 유리하다는 보고서가 쏟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HEV가 100% 내연기관보다 가격이 비싼 데도 운행 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만큼 자동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관점이 단순 가격에서 ‘총 소유 및 운행 비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 정부의 효율 기준 완화 정책이 미국 자동차기업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드는 어리석은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미국 자동차기업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당장에 이익이 되니 반기지만 이면에선 미래를 대비한다. 트럼프 정권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무한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GM이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리튬망간리치(LMR) 각형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는 것이나 소재 공급망을 중국 지외 지역으로 바꾸려는 것도 결국 미래를 대비한 조치다. 

 

 하지만 글로벌에서 점차 영역을 넓혀가는 수송 에너지는 전기다. 게다가 내연기관 고효율은 한국과 일본 자동차에 점유율을 빼앗기는 중이다. 신차 판매 시장 규모가 세계 2위일 뿐 기업별 점유율만 보면 미국 빅3의 존재감은 예전과 같지 않다. 미국 정부가 내연기관을 강력히 지원해도 돌파구는 희미할 뿐이다. 오히려 탄소 배출 흐름에 동참해 빠르게 산업 전환을 유도하는 게 궁극적으로 낫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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