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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세단부터 경주차까지, BMW M5 한 대면 충분

입력 2026-08-27 00:00 수정 2026-08-27 10:11

 -자유자재로 성격 바꿔가며 높은 만족 전달
 -강력한 힘과 완성도 높은 주행실력 여전해

 

 BMW 고성능 브랜드 M은 저마다 뚜렷한 성격을 앞세워 오랜 시간 마니아를 만들어왔다. M카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M3가 있고 막내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악동 M2가 있다. 멋을 한껏 품은 M4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다양한 SUV 계열의 M과 브랜드의 끝판왕이라 할 만한 XM까지 존재한다. 신기한 점은 어느 것 하나 성격이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M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운전자를 자극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 차가 있다. 바로 M5다.

 

 약 3일 동안 신형 M5를 타고 다양한 환경을 오가며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차 한 대로 정말 모든 것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이다. 출근길에서는 점잖은 비즈니스 세단이고 누군가를 뒷좌석에 태우면 제법 훌륭한 쇼퍼드리븐이 된다.

 

 충전을 마치고 도심을 달릴 때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는 경제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되고 굽이치는 산길에 들어서는 순간 무시무시한 와인딩 머신으로 돌변한다. 여기에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서킷에 들어가 트랙카가 될 수도 있다. 한 대로 이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역할을 소화하는 차는 흔치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M5의 성능을 단순히 숫자로 나열하기보다 며칠 동안 발견한 서로 다른 얼굴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평일과 일상 속 완벽한 비즈니스 세단
 M5의 뿌리는 결국 5시리즈다. 이 사실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잘 만든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탄탄한 토대 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외관은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유려한 비례를 유지하면서 M 특유의 공격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섞었다. 너무 요란하게 자신의 성능을 떠벌리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5시리즈와는 분명히 다른 긴장감을 풍긴다. 정장을 제대로 차려 입었지만 그 안에 운동선수의 몸을 숨기고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이는 실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넉넉한 공간과 각종 디지털 장비, 고급스러운 소재를 바탕으로 업무를 위한 이동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장거리 출장을 떠나거나 중요한 미팅 장소에 도착해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M5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꽤 근사한 비즈니스 메이트가 된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운전자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노멀 세팅에서는 차가 전혀 신경질적이지 않다. 가속페달을 조금 밟았다고 갑자기 튀어나가지 않고 변속기 역시 자신의 존재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주변 도로의 흐름에 맞춰 유유히 움직일 뿐이다. 잠시만 방심하면 이 차가 엄청난 성능을 품은 M5라는 사실을 잊게 될 정도다. 고성능차를 매일 타기 위해 운전자가 감수해야 했던 불편을 상당 부분 지워냈다는 뜻이다.

 

 ▲운전대를 내려놓아도 좋은 쇼퍼드리븐 M5
 조금 의외였던 부분은 2열이다. M5를 이야기하면서 뒷좌석부터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신형은 제법 훌륭한 쇼퍼드리븐 세단의 역할까지 해낸다. 운전의 즐거움만을 위해 만들어진 차처럼 보이지만 막상 운전대를 내려놓고 뒤로 자리를 옮기면 생각보다 많은 배려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커진 차체 덕분에 2열 공간은 여유롭다. 몸에 닿는 가죽의 면적도 넉넉하고 시트의 착좌감 역시 수준급이다. 적당히 푹신하면서 몸을 안정적으로 받쳐주기 때문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뒷좌석을 위한 편의품목도 상당하다. 전용 독립형 공조장치를 마련했고 중앙과 B필러에 각각 자리 잡은 송풍구는 총 네 곳에서 쾌적한 바람을 전달한다. 창문을 가득 채우는 넓은 햇빛가리개와 전동식 리어 햇빛가리개 역시 만족도가 높다. 강한 햇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뒷좌석만의 아늑한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시선을 위로 돌리면 거대한 글라스 루프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넓은 유리 면적 덕분에 실내가 한층 개방적으로 느껴지고 2열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특별하다. 고성능 세단이라고 해서 뒷좌석을 희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룡점정은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다. 좋은 음악을 골라 재생한 뒤 편하게 몸을 기대면 된다. 풍부한 음량과 섬세한 해상력, 입체적으로 퍼지는 소리는 이동 시간을 꽤 근사한 음악 감상의 순간으로 바꿔 놓는다. 특히,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일 때는 엔진 소리와 진동까지 사라지기 때문에 사운드 시스템의 실력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운전자가 굳이 M 버튼을 누르고 본색을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승차감 역시 상당히 차분하다. 운전대를 잡으면 언제든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차가 뒷좌석에 앉는 순간 전혀 다른 자동차처럼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도로의 충격을 무작정 탑승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파워트레인 역시 조용하고 매끄럽게 힘을 보탠다.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인 채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그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성능 M 세단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운전자가 열정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M5 역시 기꺼이 자신의 성질을 죽인다. 직접 운전해야만 즐거운 M이 아니라 때로는 운전대를 내려놓아도 충분히 좋은 M. 이것이 신형 M5가 가진 또 하나의 능력이다.

 

 ▲700마력대 M카가 알뜰살뜰하다
 이번 M5에서 가장 재미있는 반전은 경제성이다. 이 정도 성능을 가진 차를 두고 알뜰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어색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실제 생활에서는 제법 설득력이 있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면 환경부 인증 기준 순수 전기 주행거리는 59㎞다. 하지만 실제 완충 후 계기판에는 70㎞를 웃도는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되는 경우가 있었고 직접 달려봐도 조건에 따라 70㎞ 안팎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집과 회사에 충전 환경을 갖추고 부지런히 충전한다면 평일 출퇴근 대부분을 엔진을 깨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아침에 조용히 집을 나서 회사에 도착하고 퇴근 후 다시 충전기를 연결하는 생활이라면 평일 동안 주유소에 갈 일이 크게 줄어든다. 그야말로 평일에는 전기차 코스프레를 하는 M5다.

 

 전기 충전 비용의 장점을 생각하면 유지비 측면에서도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수백 마력의 고성능 세단을 소유하면서 일상에서는 이렇게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한 만족감을 준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거나 늦은 밤 귀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굳이 강력한 엔진을 깨워 이웃 주민들에게 자신의 귀가를 알릴 필요가 없다. 고요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가 고요하게 돌아올 수 있다. M5가 전동화를 받아들인 이유를 가장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괴력, 산길에서 드러내는 본색
 이제 M5라는 이름의 진짜 가치를 확인할 차례다. 굽이치는 산길로 향했다. 그 전에 파워트레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형 M5의 심장에는 4.4ℓ V8 M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다. 여기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M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V8 엔진만으로 최고출력 585마력과 최대토크 750Nm를 발휘하고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97마력을 보탠다. 둘을 합친 시스템 최고출력은 무려 727마력, 최대토크는 1,000Nm에 달한다.


 여기에 8단 M 스텝트로닉 변속기와 M xDrive 사륜구동 시스템이 엄청난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고작 3.5초면 충분하다. 5m가 넘는 대형 세단이 내는 숫자라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M5의 진짜 매력은 직접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팅을 하나씩 바꾸자 조금 전까지 얌전했던 차가 빠르게 본색을 드러낸다. M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다이내믹하게 설정하고 변속 패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즉각적인 반응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잠깐의 머뭇거림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전기모터가 먼저 빈틈을 메우고 강력한 V8 엔진이 뒤이어 폭발적인 힘을 쏟아낸다. 차가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 거대한 힘에 이끌려 한 번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정신을 차리고 계기판을 바라보면 속도 바늘은 이미 예상보다 훨씬 높은 곳에 올라가 있다.

 

 특히, 중속 영역에서의 펀치력이 압도적이다. 코너를 빠져나오며 가속페달을 여는 순간 1,000Nm에 달하는 거대한 토크가 차체를 밀어낸다. 머리를 쿵 하고 때리는 듯한 충격과 함께 다음 코너가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여기에서 전기모터의 존재 이유는 더 명확해진다. 단순히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붙여 놓은 전동화 장치가 아니다. 엔진의 힘이 완전히 터져 나오기 전부터 즉각적으로 토크를 보태고 가속의 빈틈을 촘촘하게 채운다.

 

 신형 M5가 처음 공개됐을 때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은 무게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배터리가 더해지면서 차체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와인딩에서는 제원표의 숫자만 보고 걱정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경량 스포츠카처럼 깃털같이 움직이는 차는 아니다. 물리적인 질량까지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다만 '무겁다', '답답하다', '버겁다'라는 단어는 더더욱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상당히 경쾌하고 가뿐하다.

 

 강력한 파워트레인이 질량을 압도하고 정교한 섀시와 M x드라이브가 힘을 빠르게 정리한다. 코너 진입에서는 거대한 차체가 믿기 힘들 만큼 빠르게 자세를 잡고 탈출에서는 전기모터와 V8 엔진이 기다렸다는 듯 모든 힘을 쏟아낸다.

 

 결국 신형 M5에서 전동화는 무게를 늘린 대가만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추가된 질량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돌려준다. 일상에서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달리기 시작하면 내연기관만으로는 쉽게 만들기 힘든 즉각적인 토크와 폭발적인 중간 가속을 제공한다. 배터리와 전기모터까지 적극적으로 이용해 더 빠르게 달리는 M5다. 이 차를 타고 산길을 한 번 제대로 달리고 나면 신형 M5의 전동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대로 서킷에 들어가도 된다
 그리고 M5의 마지막 얼굴은 트랙에서 완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별도의 준비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일 아침 회사까지 타고 온 바로 그 자동차를 가지고 주말에는 서킷으로 향할 수 있다. 조금 전까지 뒷좌석에 사람을 편안하게 태웠던 차가 헬멧을 쓰는 순간 경주차에 가까운 얼굴을 드러낸다.


 여기에서 M5가 가진 넓은 스펙트럼이 절정에 달한다. 강력한 출력만으로 빠른 차를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그 힘을 운전자가 원하는 순간 정확하게 꺼내 쓰도록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M5는 직선에서 폭발적인 가속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동과 선회, 탈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간다. 큰 차체와 상당한 무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놀랍다. 물리법칙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뛰어난 기술로 물리법칙과 끊임없이 협상하는 느낌이다.

 

 ▲한 대로 모든 것을 한다는 것
 M5를 타기 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늘어난 무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3일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차를 경험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 차의 핵심은 하나의 능력이 아니다.


 아침에는 조용히 전기로 출근하고 낮에는 훌륭한 비즈니스 세단이 된다. 중요한 사람을 뒷좌석에 태우면 편안한 쇼퍼드리븐 세단의 역할을 하고 퇴근 후 굽이치는 산길에 들어서면 운전자의 심장을 두드리는 와인딩 머신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그대로 서킷으로 향하면 된다.

 

 각각의 역할을 해내는 자동차는 많다. 하지만 이 모든 역할을 한 차가 높은 수준으로 소화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M5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빠르다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차가 가진 가장 무서운 능력이다. 오늘 어떤 자동차가 필요한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M5는 이미 차고에 한 대 서 있으면서 그 모든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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