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연간 200만대는 넘사벽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모두 2,635만대다. 이 가운데 영업용을 제외한 자가용 비중은 2,427만대다. 자가용만 기준하면 1대당 2.1명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자동차 구입이 가능한 연령은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만 18세 이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8세 이상 인구는 4,439만명이며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하면 1대당 1.8명으로 보유가 늘어난다. 하지만 18세 이상 가운데 운전면허 보유자는 3,443만명이어서 실제는 1대당 1.4명 수준이다.
그런데 면허를 보유했다고 모두가 자동차를 소유한 것은 아니다. 고령화 등에 따라 면허만 보유한 사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자가용인 경우 1대당 1명 보유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해석이다. 따라서 해마다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80% 이상은 기존에 타던 차를 바꾸는 대차 수요로 본다. 정작 생애 최초로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인구 감소에 따라 해마다 줄어드는 중이다.
신규 진입이 줄고 교체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자동차 무한경쟁 지대다. 견디다 못해 두 손 드는 곳도 있지만 오히려 새롭게 뛰어드는 기업도 있다. 그리고 신규 진입자는 어떻게든 틈새를 비집으려 안간힘을 쓰고, 방어하는 곳은 작은 틈새를 메우기 위해 제품 다변화를 추구한다. 그럼에도 연간 신차 판매는 180만대 내외에 머문다. 한때 200만대 돌파를 기대했지만 소비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장벽에 막혀 200만대는 꿈의 숫자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업계는 연간 200만대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과거 자동차 보유의 평균 기준은 ‘1가구 1차’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1가구 2차’가 됐고, 요즘은 3대 이상을 보유한 가구도 많다. 200만대를 기대하는 곳은 곧 ‘1가구 4차’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걸림돌은 가족 구성원이 3명에 불과한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의 2024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4인 이상 가구는 382만6,000세대에 불과하다. 3인 가구 숫자가 418만 세대임을 감안하면 1가구 4차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업계는 이제 가구당이 아니라 1인당 보유를 따진다. 실제 1인당 두 대를 가진 사람도 이미 많다.
여기서 파생되는 논란은 늘어나는 자동차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문제들이다. 한 대를 운행해도 나머지는 주차 공간이 필요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도로에 쏟아져 나오면 지정체가 일상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자동차 판매 억제를 유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를 통해 거둬 들이는 세수가 많다는 점에서 세금 인하 등을 앞세워 구매를 장려한다. 국가 전체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일자리와도 직접 연동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수 ‘200만대’는 돌파해도 문제이고 하지 못해도 곤란하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국내 판매가 늘지 않아도 생산 규모가 유지될 수 있는 수출 증대인데 정작 수출이 어려워지는 게 걱정이다. 미국이 관세로 빗장을 걸고 새롭게 자동차산업을 일으키려는 신흥국이 글로벌 경쟁에 가세한다. 이때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바로 통상 외교다. 진입 장벽을 세우려는 국가들과 통상 측면에서 친밀한 교류를 이어가는 게 우선이다.
흔히 일반적인 투자의 상식으로 많이 회자되는 문구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이다. 바구니가 떨어지면 잃을 것도 많아서다. 자동차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많은 국가와 협력하며 통상 장벽을 낮추거나 허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간신히 지탱 중인 연간 400만대 생산 규모는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완성차 공장 한 곳이 문 닫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지 과거에 충분히 경험했던 만큼 그 아픔을 반복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