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내비게이션으로 인프라 불편 최소화해
-'움직이는 발전소' V2L, 가정집 수요 40% 수준 전기 생성
-연료전지 효율 높이고 혹한 성능도 끌어 올려
“그냥 친환경차가 아니라 정말 쓰기 좋은 수소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현준 현대자동차 MLV 프로젝트 2팀 연구원이 18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신형 넥쏘 테크토크 행사에서 운을 뗐다. 차분하고 단정한 태도 속엔 차세대 수소전기차 개발에 참여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신형 넥쏘는 2018년 3월 출시된 1세대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수소전기차다. 현대차가 수소 에너지 비전과 친환경 모빌리티 전략의 중핵으로 다시 꺼내든 승용 FCEV로, 움직이는 발전소, 정숙한 동력원, 현실적 탈것이라는 수소차의 새로운 정의를 시도한다.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이동 경험 그 자체의 진화다. 전기차 대비 충전 인프라가 제한된 현실을 반영해 적용된 ‘수소 전기차 특화 루트 플래너’는 운전자가 수소 잔량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없는 경우, 실시간 충전소 운영 상태와 대기 현황까지 반영해 최적 경로를 제안한다. 정 연구원은 “운전자가 불편함 없이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수많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설계했다”고 말했다.
넥쏘는 그 자체로도 ‘움직이는 청정 발전소’에 가깝다. 최대 3.68㎾의 실내외 V2L기능은 차량이 수소를 이용해 직접 만든 전기를 실시간으로 외부에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대 전력 생산량은 110㎾. 서울시 일반 가구 월평균 전력 소비량의 40%에 해당하는 양이다. 별도 커넥터 없이 220V 콘센트만 꽂아 사용할 수 있고, 방수 설계와 비상 정지 스위치까지 마련돼 캠핑이나 재난 상황에서도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이끈 박훈우 FC시스템설계1팀 책임연구원은 수소차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이를 실제 차에 통합하는 건 매우 정밀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구조 통합과 경량화를 통해 부피와 중량을 줄였고, 히팅 배관과 냉각 히터 제어기로 겨울철 운전 성능도 향상됐다.
그 결과 총 전기 출력(Gross Power)은 기존보다 16% 늘어난 110㎾, 실제 가용 출력(Net Power)은 94㎾로 11% 향상됐다. 박 책임연구원은 “이 수치는 단지 출력이 아니라, 장거리 항속과 주행 안정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수소차의 혹한기 약점도 대폭 개선됐다.연료전지는 물을 생성하기 때문에 겨울철엔 내부가 얼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정교한 제어 로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넥쏘가 매번 시동 시 냉시동과 잔존수 배출 기능을 수행했던 것과 달리 신형 넥쏘에는 ‘웨이크업 펑션’이 도입됐다.
해당 기술은 주차 중에도 주기적으로 차가 스스로 깨어나 주변 온도를 측정하고 필요시 히터를 작동하거나 제한적으로 물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냉시동 및 잔존수 배출 빈도는 각각 90% 이상 감소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넥쏘는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720㎞를 확보했다. 여기에 최고출력 150㎾ 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100㎞/h 까지 7.8초만에 가속하는 성능도 확보했다. 수소 저장탱크는 고성능 복합소재로 설계돼 6.69㎏까지 저장이 가능하며 충전 시간은 5분 이내다.
이들은 수소차가 아직 불편한 미래 기술이라는 인식을 부수고 있다. '올곧은 신념' 이라는 철학으로 시작한 넥쏘는 보다 정교해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 수소차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 지금, 넥쏘가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