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신, "현대차, 알핀 인수 가능성"
-'2026 진출' 아우디도 5년 넘게 투자만 하는중
-기술 정체성 없인 단순 마케팅에 그칠 뿐
현대자동차가 포뮬러 원(F1)에 진출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부 외신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특정 팀을 인수해 예상보다도 빠른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발단은 최근 르노그룹의 CEO였던 루카 데 메오의 사임이다. 그는 그룹 내 모터스포츠 부문, 특히나 F1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알핀 팀을 적극 지원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퇴진하며 알핀 F1 팀은 그룹 내 입지를 급격히 잃었고 이에 따라 알핀 매각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모터스포츠 전문지 '그랑프리247'은 이를 두고 "알핀이 현대차에 매각될 수 있다"는 자극적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장으로 이직한 시릴 아비테불이 알핀 F1 팀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들며 성사 여지가 있다고 점쳤기 때문. 이 외에도 다수의 F1 출신 엔지니어들이 현대모터스포츠에 합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F1 진출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시나리오는 굉장히 매끄럽다.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고, 인수 후 2년간의 준비 기간도 충분하다. 2026년, F1이 전동화 중심의 새 기술 규정을 도입하는 바로 그 시점에 현대는 ‘친환경 전환의 선두주자’란 타이틀을 내세워 무대에 등장할 수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전기차 시장의 주요 경쟁자들을 향한 기술적 우위를 입증하는 최고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실 이 시나리오에는 너무 많은 ‘If’가 붙는다. 무엇보다, F1은 단순히 차를 빠르게 만드는 게임이 아니다. 파워 유닛이라는 정밀한 세계가 존재하고 엔진 개발은 말 그대로 별개의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F1에서 엔진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는 손에 꼽힌다. 현재 F1에서 엔진을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보유한 제조사는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페라리, 혼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지금부터 시작해도, 적어도 5년 이상은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기술과 엔진 기술을 모두 갖고 있지만 F1 규정에 맞는 MGU-H, MGU-K, 초고회전에서의 엔진 내구성, 에너지 회수 및 관리 전략 등은 또 다른 문제다. 전기차와 수소전지차 개발에 집중해온 현대차 입장에서 F1 특유의 엔진 규격은 사실상 별개의 기술 영역에 가까운 셈이다. 개발 초기비용이 막대하고 FIA의 호몰로게이션을 통과한 후에도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운영비가 요구된다. 새로 진입한 아우디조차도 약 5년간의 개발 기간과 막대한 투자를 전제로 삼고 있다.
여기에 알핀의 실질적 가치 역시 변수다. 팀의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고, 인재 이탈과 전략 혼선이 반복되며 내부 조직력도 약화된 상태다. 루카 데 메오의 사임으로 경영적 동력까지 상실된 상황. 불안한 알핀의 상황을 가지고 외신이 만들어낸 하나의 추측성 기사이자 해프닝으로 휘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차가 F1에 뛰어들 수는 있다. 알핀을 인수할 수도 있고, 엔진은 초기엔 외부에서 받아오다 언젠가 독자 유닛을 개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아보인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