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3만6,000여대 기록하며 전년 非 31.9% ↓
-높은 가격, 자동차 선호 및 소비 문화의 변화도 커
-초저가 트림 및 전기차 전환으로 세그먼트 유지 노력
국내 경차 시장의 분위기가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열풍이 불 정도로 내수판매에 큰 힘이 되었던 세그먼트였지만 지금은 소비자 관심 속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것. 보다 폭 넓은 선택지 확보와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경형차 시장 자체를 되살릴 방법을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침체된 경형 세그먼트의 상황은 판매량에서 온전히 드러난다. 카이즈유가 공개한 2025년 상반기 신차 등록 데이터를 살펴보면 경형은 총 3만6,989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같은 기간 5만대를 훌쩍 넘긴 것과 비교하면 31.9%나 급감한 수치다. 소형과 준중형, 중형, 대형 등 다른 세그먼트가 일제히 상승한 것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기록했다.
차종별로 살펴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아 모닝은 7,4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고 현대차 캐스퍼는 8,570대를 기록하며 59.5% 하락했다. 기아 레이가 2만5,809대를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이마저도 전년과 비교하면 0.5%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한 때 신차의 등장과 전기 경차까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며 반등의 불씨를 살리는 듯 했지만 전체적인 경형 세그먼트 판매량 감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경차는 약 10여년 전만 해도 합리적인 가격과 대한민국 도로 상황에 적합한 기동성, 1가구 2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시기까지 맞물려 빠르게 상승했다. 이후 2012년 21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보합세를 기록하다 하락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9만대까지 내려왔고 캐스퍼 출시로 다소 오르는 듯 했지만 지금은 또 연간 10만대 선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심각해 연간 7만대도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를 두고 대부분은 경차 부진의 대표적인 이유로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상향 평준화를 거치면서 상품 구성이 풍부해졌고 이에 따른 경차의 기본 가격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이다. 예전처럼 '가성비'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쯤되니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신차급 소형 세그먼트 중고차와 비교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격이 모든 경차 판매 감소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먼저, 선택 다양성 부족이다. 쉐보레 스파크의 단종으로 더욱 좁아진 상황에서 수입 브랜드는 경차 시장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전기 경차도 아직 기술 및 가격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또 지난 10년간 도로 환경과 교통 문화의 변화도 경차 둔화를 촉진시켰다. 고속도로 주행 증가 및 장거리 이동 수요가 확대됐고 작고 엔진 출력이 낮은 경차는 주행 안정성·성능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단거리는 퍼스트·라스트 마일, 대중교통 발달로 경차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경차 혜택 축소 및 상대적 매력 감소도 꼽힌다. 세금, 공영주차장, 통행료, 보험료 등에서의 혜택이 이제는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크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인센티브가 강화되면서 경차의 정책적 이점은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전기차가 월 5만 원대 충전비용으로 경차 이상의 유지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1~2인 가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공간 활용도와 멀티 유틸리티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아져 소비자는 ‘작은 차’보다는 ‘작지만 실용적인 SUV’를 선호하고 있고 자동차 제조사들도 역시 수익성이 낮은 경차보다 중형 이상 차, 전기차 중심으로 투자를 전환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위기의 놓인 경형 세그먼트를 두고 봐야 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경차의 특징(기동성)과 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책적 지원, 제품 혁신, 인식 개선, 소비자 트렌드 반영이라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경차 혜택을 재정비하고 필요하면 확대해야 한다. 유류세 환급 한도 상향 또는 연료보조금 도입이나 실질적인 비용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전기 경차 전용 보조금 신설이나 우선 지원 등도 마련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와 함께 신차 개발에 집중하기 어렵다면 초저가 트림을 만들어 가성비를 잡거나 기존 경차 제품의 EV 버전 출시를 촉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와의 연결도 바람직하다. 목적기반 모빌리티(PBV)와의 연계로 소형 PBV, 경형 자율주행 셔틀 등 미래 도심 교통 수단으로의 경차의 진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는 물류·배달용 EV 경차 및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 외에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스템에 통합해 경차 기반 카셰어링, 단거리 구간 정기 셔틀, 이동형 소상공인 차 등으로 확장도 염두에 볼 수 있다.
이처럼 경차는 시대에서 멀어져 가는 하나의 세그먼트가 아니라 도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퍼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경차의 진정한 가치를 발굴하고 재정의를 추진한다면, 한국에서도 경차는 다시 의미 있는 시장으로 부활할 수 있으리라 본다. 경차가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