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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완벽에 완벽을 더한 SUV, 벤틀리 벤테이가 스피드

입력 2025-07-21 00:00 수정 2025-07-21 10:20


 -강력하지만, 벤틀리만의 품격 잃지 않아
 -덩치에 비해 유연한 움직임, 다루기도 쉬워
 -SUV의 본질과 퍼포먼스, 완벽하게 양립시켜

 

 만년설이 덮인 로키산맥의 능선이 지평선 위로 길게 누워 있다. 붉은 흙먼지가 바람에 실려 나르고 그 아래로 뻗은 고속도로는 수십 ㎞를 달려도 커브 하나 없이 끝없이 이어진다. 미국 몬태나, 옐로스톤 국립공원 외곽. 이 광활한 도로 위에 서 있는 건 벤틀리 벤테이가 스피드다.

 

 차와 운전자, 그리고 달리는 곳의 국적은 모두 다르지만, 미국의 고속도로를 V8 엔진이 달린 벤틀리로 달린다는 감각은 순식간에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단지 이동이 아니라, 한 대의 차가 얼마나 품격 있게 속도를 품을 수 있는지. 그 자체로 럭셔리 퍼포먼스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디자인&상품성
 전면은 벤틀리 특유의 존재감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육중한 보닛 위엔 날렵하게 조각된 파워 라인이 힘을 실어주고 매트릭스 스타일의 대형 그릴은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돼 스피드 라인업 특유의 강인한 인상을 배가시킨다. LED 헤드램프는 크리스털 커팅 유리처럼 정교하게 조형돼 있으며 점등 시 보석처럼 반짝인다. 시승차에는 다크 틴트 처리된 전용 헤드램프와 범퍼 하단 블레이드가 추가돼 한층 더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겼다.

 

 측면 실루엣은 전통적인 SUV의 볼륨감을 유지하면서도 매끈하게 다듬어졌다. 휠은 22인치가 기본, 시승차에는 23인치 휠을 적용했다. 차체 하단에 둘러진 사이드 스커트는 차를 한층 낮고 안정감 있게 보이게 한다. 프론트 펜더에서 시작돼 리어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매우 정교하다.

 

 후면 디자인은 비교적 절제된 조형 속에서도 강렬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타원형 리어램프는 내부 그래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벤틀리 고유의 장인정신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스피드 답게 스포일러는 일반 라인업보다 크고 돌출돼 있으며 하단 디퓨저와 쌍둥이 타원형 머플러 팁은 모두 블랙으로 처리돼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아크라포빅 티타늄 머플러가 장착된 시승차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낮고 웅장한 배기음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실내는 정제된 공격성이다. 새롭게 적용된 프리시전 다이아몬드 퀼팅은 시트와 도어에 정교하게 새겨졌다. 센터페시아와 도어 트림에는 다크 틴트 알루미늄이나 카본파이버 마감이 선택 가능하고 벤틀리 특유의 오르간 스톱과 불스아이 에어벤트는 클래식한 감성을 유지한다.

 

 디지털 계기판은 스피드 전용 그래픽으로 구성돼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운전의 중심에 서게 만든다. 동승석 앞과 트레드플레이트, 시트 헤드레스트에는 스피드 레터링이 자리하고 인테리어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은 단순한 럭셔리가 아닌 주행을 위한 공간임을 암시한다.

 

 ▲성능
 벤테이가 스피드는 가장 강력한 럭셔리 SUV다. 4.0ℓ V8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4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SUV로는 보기 드문 310㎞/h에 달한다. 수치만 봐도 강력하지만 진짜 감동은 그 움직임이 품격 있게 다듬어져 있다는 점이다.

 

 미국 고속도로의 직진 구간은 이 차의 정숙한 질주 본능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였다. 속도계를 올려도 차는 끝없이 밀어내듯 나아가며 흔들림 없는 자세를 유지했고 회전수 2,250~4,5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가 유지돼 언제든지 필요한 힘을 꺼낼 수 있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부드럽게 다듬는 동시에 노면 상황과 주행 모드에 따라 차고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댐핑 감쇠력은 스포츠 모드에서 15% 강화되며, 차체는 더욱 단단하게 눌러붙는 느낌을 준다. 덩치에 비해 민첩하고 유연한 몸놀림도 인상적이다.

 

 반전은 고갯길에서 일어난다. 코너를 마주한 순간, 처음엔 그 거대한 차체와 푹신한 승차감 탓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코너링이 반복될수록 이 차의 진가가 드러난다.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라는 48V 전동식 안티롤 시스템이 코너링 중 차체의 기울어짐을 능동적으로 억제해주는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속도를 높여도 롤링 없이 정교한 코너링이 가능하고 운전자는 그만큼 더 적극적인 조향을 시도할 수 있다.

 

 전자식 올 휠 스티어링은 저속에서 후륜을 반대로 조향해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주행 안정성을 확보한다. 브레이크 기반의 토크 벡터링은 코너 탈출 시 후륜의 미세한 제동을 통해 선회 성능을 극대화한다.

 

 벤틀리 최초로 런치 컨트롤도 탑재됐다. 페달 두 개를 동시에 밟고 있다가 브레이크를 떼는 순간 활성화된다. 얼마나 쓸모 있는 기능일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는 단순한 과시가 아니다. 기능을 한번만 사용해보는 것 만으로도 벤테이가가 650마력의 출력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더해진다. 평상시엔 조용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선 전혀 조율되지 않은 날것의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소리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총평
 벤테이가 스피드는 단지 성능을 끌어올린 퍼포먼스 SUV가 아니다. 거대한 차체 속에 품격과 야성을 공존시킨 벤틀리만이 가능한 균형의 결정체다. 도심에선 정숙하고 고급스럽게, 고속도로에선 여유롭고 당당하게, 그리고 와인딩 로드에선 믿기지 않을 만큼 날렵하게 변한다.

 

 완벽한 SUV란 말을 우리는 흔하게 쓰지만, 벤테이가 스피드는 그 완벽 위에 하나를 더 얹는다. 빠르다는 단어조차 고급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들고 크다는 사실이 거추장스럽지 않게 느껴지도록 설계된 차. 2026년 1분기에 출시될 이 차를 기다려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완벽함 때문이다.

 

  몬태나(미국)=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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