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死活)의 분수령, 누가 생존할까
2014년 설립된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아마존이 인수한 금액은 약 1조4,000억원이다. 물론 죽스는 설립 이후 짧은 기간에 누적 투자금만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창업 후 12년이 지난 지금, 죽스의 자율주행 행보는 무척 빠르다. 필요한 개발 자금을 아마존으로부터 꾸준히 수혈받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중이다.

죽스는 설립 초기부터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불필요한 운전자 없는 차를 지향했다. 하지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이라 해도 페달과 스티어링 휠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승객 운송용 로보택시 시험 운행을 허가받고 지정된 구역에서 운행하며 시험을 이어갔다.
지속적인 자율주행 차량의 인증 완화 요구가 이어지자 NHTSA는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죽스가 요청한 ‘No Pedal’, ‘No Steering Wheel’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죽스는 향후 1년간 최대 2,500대까지 상업적 배치가 가능해졌다. 미국 자동차 역사상 조작 장치가 없는 차가 유상 운송 승인을 받은 최초의 사례가 됐다.
여기서 시선을 이끄는 대목은 아마존의 모빌리티 동맹군이다. 아마존이 직접 인수한 자율주행 기업 죽스(Zoox) 외에 대형 주주로 참여하는 전기 밴 제조사 리비안(Rivian), 그리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개인 투자한 초저가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아마존 생태계 동맹군'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비록 기업 간 지배구조는 다르지만 이들이 가진 자율주행 지능과 혁신적인 모듈형 생산 공정, 물류 데이터가 맞물린다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슬레이트가 연구해 왔던 생산 공정의 단순화가 죽스에도 적용되거나 아니면 죽스의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를 슬레이트가 상호 적용하는 등의 교류 가능성이다. 엔비디아, 구글 등은 이동 수단을 제조하지 않지만 아마존은 고도의 자율주행 지능 기반의 이동 수단 제조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차별화된다.
이제 관심사는 아마존이 소유한 전동화 기반의 자율주행 이동 수단 제조기업의 성장 속도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지만 영역을 확대할수록 과거 100년 이상 영광(?)을 누렸던 내연기관 제조업의 쇠퇴가 불가피해서다. 과거 마차 시대가 내연기관으로 전환될 때 새롭게 등장한 내연기관 기업들이 시대 전환을 재빨리 주도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면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주도권 빼앗기’는 이제 속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중국 대비 자율주행 경쟁력을 높이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도 매우 전향적이다. 페달과 스티어링 휠 의무 배제에 앞서 인간 운전자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자동차 안전장치 등도 의무 대상에서 이미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말이 사람의 탑승 공간을 이끌던 마차 시대는 기원전 약 3,000년에 시작돼 20세기 초반인 1920년대까지 지속됐다. 기간만 따지면 5,000년이지만 내연기관에 주도권을 빼앗긴 기간은 불과 20~30년이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벤츠, 포드 등의 내연기관 기업이 지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곳들이다. 이후 내연기관 시대는 이제 150년의 역사를 이어왔고 여전히 이동 수단 산업에선 지배적인 위치를 점한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신생 BEV 기업이 이제는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한다. 150년 전 마차가 지금의 내연기관이라면 BEV는 이동 시대 전환에 도전, 재빨리 산업을 재편했던 당시의 내연기관과 같다. 그리고 BEV 등장과 별개로 꾸준히 진화했던 운전자 없는 이동 수단 시대가 전개되려 한다. 그래서 과거 내연기관 등장으로 사라졌던 대형 마차 기업들을 떠올리면 지금부터 30년 후 사라질 내연기관 기업은 적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아마존처럼 직접 제조까지 뛰어드는 곳이 점점 늘어나면 내연기관 제조에만 머물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곳은 즐비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에너지 전환에 이어 이제는 지능의 고도화 경쟁력이 시장에 가세하는 만큼 전환의 소용돌이는 이미 시작됐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