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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본드카에서 스파이더맨까지, BMW가 영화에 진심인 이유

입력 2026-08-11 00:00 수정 2026-08-11 09:20

 -"차를 팔지 않고 이야기를 팔았다"
 -영화가 가진 힘을 누구보다 일찍 이해해

 

 자동차와 영화는 오래전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어왔다. 흑백 무성영화 스크린 속에서 부터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고 때로는 극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됐고 이는 지금도 이어진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영화에 자사의 차를 등장시키며 존재감을 알렸고 관객의 머릿속에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BMW는 유독 영화에 진심인 자동차 회사다. 유명 영화에 차를 협찬하는 수준을 넘어 영화가 가진 힘을 일찍부터 이해했고 이를 브랜드 이미지와 절묘하게 연결해 왔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골라 차를 등장시켰고 때로는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했을 정도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스크린 위에 쌓아 올린 장면들은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BMW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본격적인 시작을 꼽으라면 단연 1990년대 007 시리즈다. 제임스 본드와 자동차의 관계는 특별하다. 본드카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주인공의 세련된 이미지와 최첨단 기술, 빠른 속도와 화려한 액션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에 가깝다. 오랜 시간 애스턴마틴으로 대표됐던 이 자리에 BMW가 등장한 것 자체가 상당한 사건이었다.

 

 BMW는 1995년 개봉한 '골든아이'에서 Z3를 등장시켰고 1997년 '네버 다이'에서는 7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750iL이 주차장에서 원격 조종으로 질주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9년 '언리미티드'에서는 Z8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긴 보닛과 낮은 차체, 미래적인 디자인을 갖춘 Z8과 제임스 본드의 조합은 BMW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영화 속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는 현실 세계로 이어져 Z8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형성했고 부르는게 값이 되는 차가 됐다.

 

 이처럼 007과의 협업을 통해 BMW가 얻은 것은 단순한 인지도 이상의 가치였다. 빠르고 잘 달리는 독일차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이며 특별한 자동차라는 인상을 전 세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대를 대표하는 첩보영화의 주인공과 BMW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차가 가진 성격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스크린 속 몇 장면만으로 BMW가 어떤 자동차인지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BMW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남이 만든 영화에 자동차를 등장시키던 회사는 급기야 직접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1년 선보인 'BMW Films'와 단편영화 시리즈 'The Hire'가 대표적이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특별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자동차 광고를 영화처럼 포장하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라이브 오웬이 주인공 '더 드라이버'를 맡았고 세계적인 영화감독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작품마다 장르와 연출 방식도 달랐다. BMW는 전면에 나서서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기보다 이야기에 자동차를 자연스럽게 녹였다. 관객은 광고를 본다는 생각보다 하나의 단편영화를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작품을 접했고 그 과정에서 BMW가 가진 매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예술성과 상업성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작품성을 높인다고 브랜드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반대로 자동차를 보여준다고 영화가 노골적인 광고로 변하지도 않았다. 좋은 이야기와 연출 안에서 자동차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광고를 영화처럼 만든 것이 아닌 영화 자체를 광고로 바꾼 셈이었다. 지금은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자가 이를 찾아보는 일이 익숙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상당히 앞선 접근이었다. BMW는 자동차 회사가 반드시 정해진 형식의 광고만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고 영화와 브랜드 콘텐츠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리고 BMW와 영화의 관계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는다. 여기에서는 이전과 조금 다른 이미지가 필요했다. 007에서 세련미와 첨단 이미지를 강조하고 BMW Films를 통해 예술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보여줬다면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BMW가 가진 역동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꺼내 들었다.

 

 2011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미래형 스포츠카에 가까웠던 BMW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스가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양산형 i8로 이어지면서 BMW의 미래와 전동화 기술을 상징하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6시리즈 컨버터블을 비롯한 다양한 BMW가 영화 곳곳에서 활약하며 브랜드와 작품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후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로그네이션'에서는 M3가 모로코의 좁은 골목과 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했고 '폴아웃'에서도 M5를 비롯한 BMW 차들이 등장했다. 한 작품에서 끝나는 일회성 협찬이 아니라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BMW가 반복해서 등장했고 자연스럽게 미션 임파서블의 화려한 액션과 BMW의 이미지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즉, 자동차가 한 편의 영화에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과 여러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걸 알게해준 것이다. 이단 헌트가 극한의 상황을 돌파하고 도심을 빠르게 질주할 때마다 BMW가 함께하면서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브랜드와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결하게 된다.

 

 궁합도 좋았다. 빠른 속도와 정확한 움직임, 첨단 기술, 극한의 상황을 돌파하는 능력과 화려한 드라이빙은 BMW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운전의 즐거움'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별도의 설명 없이 영화 속 액션만으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전달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 시장의 중심도 변했다. 첩보물과 액션 블록버스터가 대중문화를 이끌던 시대를 지나 슈퍼히어로 영화가 전 세계 극장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BMW는 이러한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한 곳은 마블이었다.

 

 2021년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BMW와 마블 스튜디오의 본격적인 협업이 시작됐다. 영화에서는 X3와 2시리즈 그란쿠페가 등장했고 특히 부다페스트 추격 장면을 통해 BMW 특유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해 개봉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도 BMW는 존재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iX3를 비롯한 전동화 제품을 등장시키며 단순히 기존 이미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BMW가 가고자 하는 방향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최근 스파이더맨까지 이어졌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기 영화에 맞춰 협업 상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BMW가 각 시대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에는 제임스 본드가 있었다. 2000년대에는 아예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이후에는 이단 헌트와 함께 세계 곳곳을 질주했다. 그리고 슈퍼히어로가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마블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무대를 옮겼다. 주인공과 작품, 시대는 계속 달라졌지만 BMW가 스크린을 활용하는 방식에는 일관된 목적이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BMW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Z3와 Z8 같은 로드스터부터 7시리즈와 M3, M5 같은 세단을 거쳐 iX3 등 전동화 제품까지 이어졌다. 영화 속 BMW의 변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브랜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창 이기도 하다.

 

 그래서 BMW와 영화의 관계를 평범한 PPL이나 제품 협찬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BMW는 영화라는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자동차에 캐릭터를 부여할 줄 아는 회사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수십 년 동안 조금씩 발전시켜 왔다.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본드카였고 예술적인 단편영화의 주인공이었으며 이단 헌트와 함께 극한의 추격전을 펼치는 퍼포먼스카였다.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열광하는 슈퍼히어로의 세계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BMW 사람들이 가장 몰입하는 순간에 어떤 모습의 차를 보여줘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출력이나 가속 성능 같은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과 함께 달리고 위기를 빠져나가며 만들어낸 장면과 감정으로 남는다. BMW는 일찍부터 그 힘을 알았고 오랜 시간 이를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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