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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 67년 전과 닮은 지금, 다시 미니의 시대가 올까

입력 2026-10-12 00:00 수정 2026-10-12 08:27

 -수에즈 위기 속 연료 부족이 탄생 배경

 -에너지 불확실성 커진 지금과 절묘한 평행이론

 -인구 감소에도 대도시 집중, 작은 차 가치 높아져

 

 자동차에도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이 있다. 빠른 경제 성장기에는 크고 화려한 차가 성공의 상징이었고 가족 구성원이 많던 시절에는 넉넉한 공간이 자동차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고속도로가 빠르게 늘어날 때는 장거리 주행 성능이 중요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동차는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답을 찾다 보면 67년 전 등장한 한 자동차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미니다. 1959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오리지널 미니의 탄생 배경과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을 비교하면 묘한 평행이론이 만들어진다. 시대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자동차에 요구하는 조건은 오히려 다시 비슷해지고 있어서다.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당시 영국은 수에즈 위기로 심각한 연료 공급 불안을 경험했다.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중동산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영국 정부는 그해 12월17일부터 자동차용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배급제를 시행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석유 공급 부족분을 약 25%로 추산할 정도였다. 연료를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크고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작고 경제적인 자동차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영국 BMC(브리티쉬 모터 코퍼레이션)가 알렉 이시고니스에게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런 자동차였다.

 

 조건은 명확했다. 외부 크기는 최소화하되 네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연료를 적게 사용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했다. 이시고니스는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고 앞바퀴를 굴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계를 통해 기계장치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였다. 작은 차체 안에서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미니 역시 브랜드 공식 헤리티지를 통해 1959년 전후 긴축과 연료 부족 속에서 탄생했고 이시고니스가 연료 절약을 공학과 디자인의 문제로 해결했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미니의 출발점은 '귀여운 작은 차'가 아니었다. 한정된 자원과 공간을 가장 영리하게 사용하는 자동차였다.

 

 67년이 흐른 지금 상황을 바라보면 묘하게 닮은 부분이 많다. 중동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에너지 가격과 공급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처럼 연료 배급표를 들고 주유소를 찾아야 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에너지 비용은 여전히 자동차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여기에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까지 더해졌다. 이제 효율은 ℓ당 몇 ㎞를 달리는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같은 전력으로 얼마나 멀리 움직이는지, 필요 이상의 거대한 배터리를 싣고 다니지는 않는지까지 자동차의 효율을 결정한다.

 

 그만큼 지금 시점에서 미니의 전기차가 흥미롭다. 대표적인 순수전기차 미니 쿠퍼 SE의 배터리 용량은 54.2㎾h다. 최근 70~80㎾h는 물론 100㎾h 안팎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교적 아담하다. 하지만 국내 정부 인증 기준 복합 전비는 5.3㎞/㎾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0㎞를 확보했다. 전장도 3,865㎜에 불과하다. 에이스맨도 마찬가지다. 54.2㎾h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복합 5.4㎞/㎾h의 전비와 312㎞의 주행거리를 갖췄다. 전장은 4,085㎜, 전폭은 1,755㎜다. 일상적인 도심 이동에 필요한 공간과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 차체와 배터리를 무작정 키우지 않았다.

 

 조금 더 넉넉한 공간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컨트리맨 역시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전기 컨트리맨 E는 66.5㎾h 배터리로 복합 381㎞를 달리고 전비는 5.3㎞/㎾h다. 미니는 올해 효율 개선을 통해 기존 349㎞였던 주행거리를 381㎞까지 늘렸다. 단순히 배터리 크기를 키우는 대신 효율 개선으로 이동거리를 늘렸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처럼 미니 전기차가 보여주는 방향은 명확하다. 가장 큰 배터리와 가장 긴 주행거리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차의 크기와 용도에 맞는 에너지를 싣고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1959년 이시고니스가 고민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는 작은 차체에 엔진을 가로로 집어넣어 공간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적정 크기의 배터리와 높은 전비로 효율을 끌어올린다. 기술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필요 이상의 것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한다는 접근법은 이어진다.

 

 미니가 지금 시대와 잘 맞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도시의 변화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이미 감소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는 2024년 5,175만명 수준을 정점으로 감소해 2030년 5,131만명, 2072년에는 3,622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사람들은 더욱 특정 지역으로 모이고 있다. 2024년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체의 50.8%에 달한다. 전체 인구는 줄어드는데 절반이 넘는 사람이 서울·경기·인천에 모여 사는 셈이다.

 

 여기에 지방에서도 광역도시와 주요 생활권을 중심으로 일자리와 상업·문화시설이 집중된다. 인구 감소가 곧 생활 공간의 여유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사람들이 생활하는 핵심 지역의 밀도는 여전히 높고 자동차 이용자가 체감하는 도로와 주차 공간의 부담도 상당하다.

 

 그런데 자동차는 반대로 움직였다. 더 길어지고 넓어지고 무거워졌다. SUV 인기가 높아지면서 과거 대형차에서나 볼 수 있던 크기가 이제는 일반적인 패밀리카에서도 낯설지 않다. 넓은 실내와 큰 트렁크가 주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출퇴근길 대부분을 혼자 타고 이동하고 좁은 골목과 지하주차장을 반복해서 오가는 일상에서는 큰 차체가 언제나 장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도시는 복잡해졌는데 자동차는 커진 지금의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미니의 가치가 다시 드러난다. 차체가 작으면 좁은 도로에서 움직이기 편하고 주차가 쉽다. 무게와 공기저항을 관리하기에도 유리하며 전기차에서는 필요한 배터리의 크기를 줄일 여지도 생긴다. 배터리가 작아지면 다시 차의 무게와 에너지 소비를 낮출 수 있다. 자동차의 크기와 무게, 에너지 소비가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이다.

 

당시 이시고니스에게 주어진 숙제는 최소한의 외부 크기로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고 적은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였다. 2026년의 자동차가 풀어야 할 숙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한된 도로와 주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가능한 적은 에너지로 충분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마치 미니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답을 꺼내 놓은 듯하다. 필요한 만큼의 크기와 공간,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로 영리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시대는 달라졌고 동력원도 엔진에서 전기모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자동차에 필요한 해답은 놀랍도록 닮았다. 어쩌면 미니가 시대에 맞춰 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다시 미니가 잘하는 방향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같은 흐름에 미니는 어떻게 노를 저어야 할까. 다음 편에서는 이를 심층적으로 확인해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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