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 증명, 주차장법 유명무실.
-“주차할 곳 없다”, 차주들도 억울
-정부 적극 나서 근본적인 제도 마련 필요해
공영주차장 등에서 장기간 캠핑카를 세워 놓는 이른바 ‘알박기’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정부 차원에서 마련됐지만 실제 지켜지지는 않기 때문.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캠핑카 알박기 문제는 해마다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새로운 공영주차장이 생길 때마다 캠핑카를 세우고 높이 제한이나 요금을 받기 위해 차단기가 설치되면 다시 빼는 식으로 옮겨 다니고 있어서다. 또 무료 공영주차장의 경우 장기간 세워두면서 전용 주차장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정착 주차를 해야 하는 일반 시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고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지자체별로 계속 되는 중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2020년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캠핑카를 '특수용도형 특수자동차'로 분류하고 차고지 증명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신규 등록 시에는 차고지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 이전에 등록된 캠핑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전에 등록된 차는 차고지 확보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차고지 증명제를 통해 등록 시 차고지를 확보해도 ‘알박기’ 문제에 대해서는 큰 해결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신고한 차고지가 아닌 다른 장소에 주차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캠핑카가 신고 차고지를 벗어나 공영 주차장이나 도로변 등에 장기간 주차해도 해당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법적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입된 주차장법도 유명무실로 바뀌고 있다. 주차장법 개정안은 공영주차장에 한 달 넘게 주차된 차를 지자체가 이동 명령을 내리거나 강제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시행 1년 가까워 오는 지금 현장은 그대로다. 한 달 간 장기 주차를 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이마저도 CCTV가 없는 주차장은 담당자가 직접 가서 살펴야 하는데 사실상 인력 한계에 부딪친다.
견인도 문제다. 전문 장비를 이용해 크고 무거운 캠핑카를 견인하는 것이 쉽지 않고 내부 집기류 등 조금의 파손만 있어도 차주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어서 꺼려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견인 및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리고 한 달이 되기 전에 다른 주차칸으로 옮겨 세우며 ‘알박기’를 이어나가는 얌채 캠핑카족이 활기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수록 결국 피해는 일반 시민이 보고 있다. 정작 주차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통행에 방해가 되거나 사고의 우려, 우범 지대 등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각에서는 마냥 캠핑카 차주들이 잘못했다고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 생활권이 강한 국내를 비춰볼 때 지상 및 공영 주차장에 세울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만큼 캠핑카를 위한 전용 주차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신도시를 중심으로는 캠핑카 전용 공터를 마련하고 주차를 유도하며 개선의 의지도 이뤄지고 있다. 또 알박기 얌체족은 일부이기 때문에 캠핑카 소유자 모두를 비난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별 캠핑카 등록 대수 현황 파악을 면밀히 할 필요가 있고 유휴부지를 활용해 전용 주차장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제도 개선을 통해 처벌 규정을 신설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캠핑카 알박기를 막기 위한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통해 행정력을 강화하고 개정 및 신설 제도를 마련해 관리 감독을 높이는 것이 일반 시민과 캠핑카 오너 모두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