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성 공존하며 반전의 반전 매력 더해
-완성도 높은 주행 실력, 인상적인 오픈에어링
벤틀리는 늘 한 가지 감정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고요한 바다 위를 유영하는 요트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여유롭다가도 어느 순간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슈퍼카처럼 날카롭게 본능을 드러낸다. 정숙과 폭발, 안락함과 긴장감, 그 극단의 감각들이 하나의 차 안에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점이 놀랍다. 마치 고급 라운지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 속에서도 손끝에는 언제든 트랙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살아 숨 쉰다. 때로는 우아한 크루저로 때로는 하드코어 고카트처럼 변모하는 이중성은 벤틀리만이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이 차는 단순한 사치품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진짜 운전을 즐기고 삶의 순간을 깊이 있게 향유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벤틀리는 하나의 완성된 경험이다. 바로 컨티넨탈 GTC 스피드 처럼 말이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깔끔하다. 힘을 응축한 표면 위에 여유와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벤틀리 패밀리 룩으로 자연스럽게 숨겨 놓았다. 대표적으로 헤드램프다. 이제는 하나의 원형으로만 표현이 되어져 있으며 중앙을 가로지르는 눈꼬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각각 120개의 LED 소자가 지능적으로 움직이며 최적의 빛을 낸다.
매트릭스 타입 헤드라이트는 기능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며 멋을 극대화한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고급 보석을 보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제법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그릴은 두툼하면서도 촘촘한 패턴을 통해 고급 차의 정체성을 살린다. 최대한 밖으로 넓게 자리 잡은 앞범퍼 공기 흡입구와 중앙의 깊은 주름을 넣은 보닛, 큼직한 벤틀리 로고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롭다.
옆은 이 차의 가장 큰 핵심이다. 매우 늘씬한 길이와 휠베이스만 봐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중에서도 부드럽게 출발해 날카롭게 마무리하는 캐릭터 라인이 단연 압도적이다. 특히, 뒤 펜더에 표현되어져 있는 아치 형태의 라인과 면 처리는 마치 먹이감을 향해 달려 나가기 직전에 웅크리고 있는 맹수의 자세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이 차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벤틀리의 디자인 완성도가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게 해준다. 이는 휠타이어 조합에서도 느낄 수 있다. 호랑이의 발톱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22인치 휠이 적용되며 폴리시드 액센트와 조합된 다크 틴트, 글로스 블랙 및 실버 등 다양한 컬러 선택지를 제공한다.





뒤는 타원 형태의 테일 램프가 매우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3D 다이아몬드 패턴이며 붉은 제동등이 들어오면 영롱한 루비처럼 보이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들끓는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느낌도 전달해 준다. 오묘하면서도 조화로운 이중성에 저절로 매료되어 한없이 쳐다보게 된다.
이 외에 트렁크 라인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했으며 필요한 레터링과 로고만 깔끔하게 자리 잡았다. 범퍼 역시 마찬가지다. 타원형 기조를 이어가며 쿼드베기 시스템을 은근 슬쩍 드러내 신비로움을 나타낸다.
실내는 벤틀리다움이 느껴진다. 수평과 수직을 레이아웃에 정석으로 활용했고 완만하게 기울어지는 센터 터널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클래식 요소를 대거 넣어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송풍구의 형태, 바람 세기를 핀으로 마련한 점, 아날로그 시계, 각종 게이지 등이 핵심이다. 온통 화면으로 뒤덮인 요즘 차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렇다고 이 차가 마냥 옛 것을 추구하는 건 또 아니다. 디지털 요소는 라이벌과 비교해도 오히려 한수 위다. 그래픽이 뛰어나고 각종 시스템 구현이 빠르며 정리도 잘 되어 있다. 계기판을 보는 맛이 나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큼직한 사이즈를 바탕으로 눌러볼 게 많다.
그 중에서도 웰니스 기능은 사용하는 내내 깊은 만족을 줬다. 장거리 주행 시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트 포지션을 맞추고 마사지 기능까지 넣은 것. 실질적으로 사용 빈도가 많았으며 무늬만 기능이 아닌 진짜 제 역할을 다 해냈다.





그 다음으로는 소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벤틀리의 소재는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고 컬러 조합까지 고려하면 그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시승차는 그레이톤으로 맞춰 놓았는데 오픈에어링 차의 특성상 오염으로부터 덜 취약할 것 같아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이 든다. 저렴한 플라스틱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온통 질 좋은 가죽과 유광블랙, 크롬 도금의 향연이다. 햇빛에 반사되면 화려함이 극에 달하고 단번에 럭셔리카의 품격을 높여준다.
영국 크루 장인들이 빚어낸 손길과 정성이 차체 곳곳에 묻어 있다. 정교한 스티치도 그 중 하나다. 시승차는 기요셰 패턴을 활용해 도어와 센터페시아 패널을 꾸몄다. 빛 반사에 따라 일정하게 광택의 나는 무늬가 매우 멋있다. 물론 벤틀리가 자랑하는 정교한 가공 퀄리티는 덤이다.
참고로 이 부분은 끝내주는 컬러와 소재의 우드 베니어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재의 절정은 시트로 향한다. 가죽의 면적을 매우 깊게 둘러서 몸이 닿는 모든 부분이 포근하고 안락하다. 시트 조절 방향만 20가지에 달하며 겨울철 오픈에어링을 위해 목 부분에서 따뜻한 바람도 나온다.
이 같은 감각은 2열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휠베이스가 매우 길기 때문에 탑승자도 온전히 넓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동일한 오픈 에어링을 경험할 수 있다. 솔직히 1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럭셔리하고 알찬 편의 품목을 갖고 있으며 끝내주는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성능
동력계는 새롭게 개발한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최고 600마력을 발휘하는 신형 4.0ℓ V8 엔진과 190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합산 782마력을 뿜어낸다. 최대토크는 무려 102.0㎏∙m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0-100㎞/h 가속은 3.4초 만에 마무리하며 최고속도는 285㎞/h에서 전자적으로 제한한다.
기본인 벤틀리 모드에서는 하이브리드 특성을 가장 잘 살리며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분배한다. 조금 더 컴포트한 측면에 맞춰져 있으며 최대한 조용히 숨을 고르고 부드럽게 전진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그 과정이 자극적이지 않다. 물론 매우 빠른 속도로 내달리지만 그것을 일부러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단연 이 차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스로틀을 여는 즉시 튀어나가고 가감없이 뻗어나간다. 무시무시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화끈하게 질주한다. 실제로 W12 엔진을 탑재한 3세대 컨티넨탈 GTC 스피드보다 최대토크는 11%, 최고출력은 19%나 높아졌다. 역대 일반도로용 오픈톱 벤틀리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특히, 필요한 순간 다시 가속에 들어갔을 때 끊김없이 힘을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연 현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며 한번에 훅 하고 점프하듯이 이동한다. 여기에는 새로 개발한 크로스-플레인 구조의 V8 엔진 역할이 컸다. 더 높은 연료분사 압력으로 연소효율이 개선됐으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최적화된 트윈 싱글스크롤 터보차저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 모터의 보조로 모든 회전 영역에서 즉각적으로 풍부한 토크를 전달하며 지치지 않는 채력을 보여준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직결감을 강조하기 보다는 정직하고 정확하게 단수를 찾아 들어가며 주행 모드별 성격을 맞춘다. 반응에 있어서는 전혀 아쉬울게 없으며 오픈에어링을 비롯해 차의 다양한 활용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합당한 세팅이다. 이 외에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사이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자연스러운 감각을 드러내는 데에도 변속기의 방향은 매우 이상적이었다.
반대로 차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절도있게 반응하고 날카롭게 코너를 찌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컨티넨탈 GTC 스피드에 들어간 차세대 벤틀리 퍼포먼스 액티브 섀시 기술이 주효했다. 안티 롤 컨트롤 시스템인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주행 상황에 따라 네 바퀴를 모두 조향하는 올 휠 스티어링과 전자제어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eLSD), 차세대 ESC 컨트롤 소프트웨어가 어우러져 모든 환경에서 안정적인 트랙션을 제공했다.
그 결과 역동적인 운전을 하는 순간에는 무겁고 긴 차체를 단번에 잊게 한다. 그저 탄탄하면서도 날렵한 스포츠카를 모는 느낌만 들 뿐이다. 전후 49:51의 완벽한 무게 배분과 고른 무게 밸런스 역시 이러한 감각에 힘들 더하며 개선된 자세 제어 시스템의 개입에 따라 오버스티어를 극적으로 제어하는 결과로 보인다. 욕심을 부리면 리어 액슬의 슬립도 일정 부분 허용하기 때문에 짜릿함과 박진감 넘치는 코너링도 즐길 수 있다.



사운드는 이 차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사운드다.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단순히 크고 자극적인 배기음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두툼하게 깔리는 중저음 위주의 바리톤 사운드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동을 걸고 천천히 가속할 때는 마치 잘 조율된 현악기가 낮게 울리는 듯한 깊이를 전하고 속도를 끌어올릴수록 음색은 점점 풍성해지며 하나의 교향곡처럼 완성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배기음은 한층 또렷해지고 리듬감 있게 터져 나오며 가속과 동시에 차가 내는 모든 소리가 운전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그렇다고 거칠기만 한 것도 아니다. 끝까지 정제된 톤을 유지하며 귀를 자극하기보다는 감각을 채우는 방향에 가깝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다시 컴포트 모드로 바꿔 주행을 이어 나갔다.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듯한 영국 신사로 변모한다. 새로운 트윈-밸브 댐퍼 시스템과 듀얼 챔버 에어 스프링은 압축 및 리바운드 댐핑 압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이전보다 더욱 넓은 세팅 범위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차체를 더욱 안정적으로 제어하며, 최상의 승차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구현한다.
심지어 일정 부분 채워진 배터리를 통해 순수 전기차 코스프레 하며 고요한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순수 전기 주행 모드, 일렉트릭 부스트 모드, 회생제동 모드 등 다양한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순수 전기 동력만으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5.8kg.m의 성능을 발휘해 최고속도 140㎞/h까지 가속할 수 있다. 25.9㎾급 리튬이온 배터리를 바탕으로 1회 충전 시 환경부 인증 기준 63㎞를 갈 수 있다. 최대 11㎾의 완속 충전 용량을 지원해 부담도 없다.





이 상태에서 톱까지 열면 황홀함은 극에 달한다. 48㎞/h 이내의 속도에서 19초 만에 소프트톱 완전 개폐가 가능한데 아무런 사운드도 들을 수 없으며 오로지 흔들리는 나무와 바람, 새 소리만 실내에 울려 퍼질 뿐이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럭셔리한 경험의 끝을 달리며 신세계로 초대하고 탑승자는 극강의 만족을 받게 된다.
▲총평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빠르고 고급스러운 차가 아니다. 감각의 양극단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자동차라는 장르를 넘어선 하나의 경험에 가깝다. 우아한 크루저로서의 여유와 슈퍼카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퍼포먼스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차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장인의 손길이 스며든 디테일과 최첨단 기술이 결합되며 완성도는 절정에 이른다. 오픈 에어링이 더해지는 순간 단순한 이동 수단은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도 확장된다.
오랜 시간 주행을 이어갈수록 이 차가 왜 벤틀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낸다. 빠르기만 한 차도 아니고 편안하기만 한 차도 아니다. 그 모든 요소를 높은 차원에서 균형 있게 묶어낸 결과물이다. 운전이라는 행위를 깊이 즐기고 삶의 순간을 풍요롭게 채우고 싶다면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유일한 정답이 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